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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파월 잘라낼 방법 찾아봐” 뉴욕증시 급락에 폭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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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파월. [AP=연합뉴스]

파월. [AP=연합뉴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찬물을 끼얹은 뉴욕증시는 이제 확실한 내리막이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회의론 등이 불거지면서 연말까지는 약세장이 불가피해 보인다. ‘산타 랠리’는 물 건너갔다는 전망이 대체적이다.

연이은 금리인상에 증시 꽁꽁 #미 언론 “보좌관에 경질 의견 구해” #므누신 “트럼프 지시 없었다”

급기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Fed 의장을 합법적으로 내치려 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트럼프가 백악관 보좌관들에게 합법적으로 파월 의장을 경질할 수 있는지 여부를 물었다고 전했다. 보좌진은 아직 대통령이 Fed 의장을 교체할 법적 권한을 가졌는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라고 외신은 덧붙였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그렇게 지시한 적도 없고, 파월을 경질할 권한을 갖고 있다고 믿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기준금리 인상을 멈춰야 한다는 자신의 주장을 무시하고 뉴욕증시를 얼어붙게 만든 파월에 대한 트럼프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하는 보도라는 해석이다. 뉴욕증시 활황은 트럼프의 치적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 19일 Fed가 올해 네 번째 금리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내년에도 두 차례 정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증시는 20일과 21일 모두 급락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7~21일 한 주 동안 6.87% 떨어졌다. 2008년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7.05%, 나스닥은 8.36% 내렸다. 나스닥은 지난 8월의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면서 2009년 3월 이후 장기간 지속했던 강세장을 마감했다.

지난 21일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시장 달래기에 나섰지만 효력을 보지 못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경제전문채널 CNBC와의 인터뷰에서 “Fed가 경제지표와 경기 전망 등에 따라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재점검할 수 있다”며 내년 금리 인상이 확정적이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상황이 변할 수 있다. 내년 두 차례 금리 인상은 경제가 정말로 강할 때 적절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지표 의존적이다”며 “금리 인상과 관련한 우리의 견해는 경제전망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윌리엄스 총재 발언 이후 다우지수 등 주요 지수가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이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그러나 경기 둔화 우려와 과도한 부정적인 전망이 실제 경기 둔화를 불러올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US뱅크 웰스 매니지먼트의 제프 크라버츠 투자 담당 이사는 “Fed는 경기가 여전히 좋은 경우를 상정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는 요인은 매우 많다”면서 “무역 긴장과 경기 침체 가능성, Fed의 긴축이 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 등이 모두 걱정거리”라고 말했다.

CMC 마케츠의 마이클 호슨 수석 시장 연구원은 “중국 경기는 냉각되고 있고, 유로존 경기도 둔화했다”며 “미국에서도 일부 지표가 최근 완화되고 있지만, Fed는 내년에도 금리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암울한 전망도 내리막 장세 형성에 한몫했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일본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협상 기간인 90일 이내 중국과의 무역 합의가 어려울 것이란 발언을 내놓은 점도 주가의 하락 압력을 한층 높였다.

그는 최근 중국이 ‘중국제조 2025’ 프로젝트를 수정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에 대해 “미·일 누구도 중국이 이를 포기했다고 정말로 믿지 않는다”는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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