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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뉴욕 「타임스 광장」재개발 |세계 「연극메카」의 꿈 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최근 미국에서는 연극의 중심지인 뉴욕타임스 광장 일대 재개발 계획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는 극장가의 부흥 등을 통해 정취 어린 타임스 광장의 옛 모습을 되찾고자 한 재개발 계획이 처음 목적과는 달리 점차 상업성만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
현재 이 지역은 마약과 폭력이 난무하는 세계, 거대한 사무실 용 빌딩과 초고층 호텔들로 가득 찬 세계, 극장가를 중심으로 카바레·네온사인 등이 생기 있게 반짝이는 추억의 세계등 세 가지 모습이 혼재해 있다.
이 가운데 타임스 광장의 진정한 매력을 지닌. 유일한 모습이자 이 도시의 상징적 심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역시 세 번째인「추억의 세계」다. 당국은 5억 달러가 소요되는 42번 가의 공영 재개발을 통해 포르노나 폭력물들을 상영하고 있는 극장들의 현 처지를 개선, 타임스 광장의 옛 영광을 되찾겠다고 공언해 봤다.
그러나 이 계획이 81년 처음 제안된 뒤 그 동안 지지부진하다 최근 활기를 띄면서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공익성보다는 상업적 투기성의 냄새가 짙게 풍기고 있다는 것.
즉 재개발 계획의 핵심인 극장가의 부활이 뒷전으로 밀리고 수익성이 높은 거대한 사무실용 빌딩들이 도시의 분위기나 경관을 고려치 않은 채 들어서고 있다는 것이다.
비난의 초점은 42번 가와 브로드웨이의 교차로 부근에 세워질 4개의 거대한 빌딩에 모아진다.
「존·버기」「필립·존슨」씨가 디자인한 29층부터 56층까지의 이 사무실용 건물들은 다른 건물들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
비록 많은 방을 임대할 수 있어 상업적인 면에서는 바람직할지 몰라도 그 건물들이 들어섬으로 인해 답답해진 하늘, 여유 없는 공간 등은 도시 전체의 경관을 우스꽝스럽게 변형시킨다는 것이다.
건축적인 면의 결함들도 문제가 되고 있다.
즉 건물 윗 부분은 2단 경사가 진 지붕으로 아랫것이 더 가파른 망사르드 형, 아래는 석조아치라는 어설픈 낭만적 복고주의의 시도와 건물 외관을 유리로 바른 듯한 모습은 사람들의 호감을 거의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
뉴욕 도시개발협회 의장「빈선트·테세」씨도 『건물 등은 크고 흉하다. 그러나 개발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재정적 고려』라고 이를 꼬집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 계획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다음 세기 타임스 광장의 분위기를 반짝이는 극장가·레스토랑·카바레·네온사인 등 정취 어린 추억의 세계가 아니라 새로 들어서는 삭막한 빌딩들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데 있다.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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