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5500’ 현대차·기아차도 최저임금 미달될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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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연합뉴스]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사옥. [연합뉴스]

정부가 20일 차관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이대로라면 초봉 5500만원인 현대차와 기아차도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하게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은 ‘임금÷근무시간(실제 근무시간+주휴시간)’의 내용을 담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8350원으로 올해 대비 10.9% 인상된다.

여기서 임금은 기본급과 고정수당만 따진다. 근무시간은 근로자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실제로 근무한 시간에 주휴시간을 더한다. 주휴시간은 실제로 근무를 하지 않아도 급여를 얹어주는 개념이다. 일종의 보너스라고 보면 된다.

근로자가 하루 일하는 시간은 8시간으로 월로 산정하면 174시간이다. 여기에 현대차·기아차와 같이 토요일과 일요일을 유급휴일로 정한 회사는 월 근무시간이 243시간으로 늘어난다.

기본급이 200만원일 경우 근로시간 174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은 1만1494원이다. 그러나 243시간으로 나누면 시급은 8230원이 된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모비스 본사.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현대모비스 본사. [연합뉴스]

이같은 계산법 때문에 실제로 현대모비스와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7530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 지시를 받았다. 현대모비스 노사는 주휴시간을 이틀(16시간)로 합의했다. 한국경제는 20일 현대차와 기아차도 최저임금에 미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현대모비스의 최저시급을 계산하면서 기본급(2100만원)과 수당(840만원) 중 20만원만 임금으로 봤다. 성과급은 매월 지급한 돈이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제외했다. 현대모비스의 근무시간은 243시간으로 봤다.

만약 최저임금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24일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면 이와 같이 현대차와 기아차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최저임금에 미달하면 형사 처분 대상이다.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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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단체는 ‘강성노조’가 있는 회사의 경우 주휴수당을 많이 정해 월급이 더 늘어나는 불합리함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 관계자는 “주휴수당 제도가 산업화 시대 근로자의 임금 보전 차원에서 만들어진 만큼, 최저임금을 올리게 되면 주휴수당을 없애거나 최저임금 기준시간을 합리적으로 정하는 게 불필요한 갈등을 줄이는 길”이라고 전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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