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 늘려야 투기 잡는다 |전국의 투기열풍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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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동안 수그러들었던 것으로 보이던 아파트투기 열풍이 신규분양을 계기로 또다시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투기 붐이 중고아파트를 중심으로 열었던데 비해 이번 열풍은 새로 지어 분양하는 아파트로 그 대상만 바뀌었다
그 동안 서울 및 수도권에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가 없어 이 같은 일이 없었지 언제든 예상되던 일이 터진 셈이다.
지난6일 채권입찰 결과가 나온 현대 옥수동 아파트는 1백42가구 분에 무려 6천6백90명이 몰려 4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을 뿐 아니라 일부 아파트의 경우 써넣은 채권액이 1억1만원을 기록해 이 방면에 있어 신기록을 세웠다. 집 값이 평당 1백34만원씩 쳐서 5천 몇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커도 곱절 가까이 큰 꼴이다.
그런가하면 다음날 서울에서 멀지 않은 성남시에서는 한신공영이 5백85가구 분의 아파트 청약을 받으려다가 청약 자 들이 한꺼번에 몰리는 바람에 사무실이 난장판이 되면서 청약자체가 11∼13일로 연기되는 사태까지 빚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충분히 예정되어있던 일이라고 해도과언이 아니다.
지방도시에서도 유사한 일이 이미 일어났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말 분양된 전주시 인후동 현대아파트는 1백48가구분양에 8천여 명이 몰려 54대1의 경쟁률을 보였고, 광주시 진월동 현대아파트에도 45대1, 대구시
수성동 신세계아파트 역시 9백70가구나 분양이 되었음에도 23대1의 높은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들 지방아파트분양에는 서울의 아파트전문투기꾼들이 대거 원정에 나서 불을 붙여 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번과 같은 투기열풍은 서울과 인근 수도권지역에 신규분양이 있기만을 호시탐탐 노려오던 서울 투기꾼들의 「농간」에 의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물론 개중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하는 적지 않은 서민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최저로 잡아도 3천만 원이 넘는 채권을 써넣을 수 있었을 지를 고려해보면 아파트 가격을 부추기는 복덕방과 「돈밖에 없는」투기꾼들의 합작품 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옥수동 현대아파트에 채권입찰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써넣은 금액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고 항변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고아파트의 경우도 그만한 평수면 그 정도의 가격이 형성되어있다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일이 이 정도에까지 이르게된 배경에는 주택에 관한 한 정책부재현상을 빚고있는 당국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할 수 있다.
아파트분양가 상한선 인상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건설부·경제기획원간에 의견대립만 벌이는 등 시간낭비만 하다가 값은 값대로 올려놓고도 공급은 늘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앞장서 주택문제를 해결해야할 건설부는 그간 청와대와 기획원과의 힘 겨루기에서 밀려 아파트 값 폭등의 「원인자」라는 낙인만 찍힌 채 일할 의욕마저 잃고 있는 실정이어서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점에 있어 많은 전문가들은 물가안정에만 집착한 나머지 공급확대라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미루고 있는 청와대·기획원을 나무라고 있다.
이들은 차제에 민간주택건설업자들의 의욕을 부추겨 주택공급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분양가상한선 인상문제를 심각하게 재검토할 시점에 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급을 최대한 늘리는 길만이 투기열풍을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가수요를 부추기는 제도상의 허점이 드러난 주택청약 예금 제 등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건설부와 경기도의 관계자들이 화합 끝에 10일 내놓은 현지인의 분양 신청 권 양도에 대한 불이익조치 방침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의 졸속발상이랄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난번 성남시사태가 당국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겠고, 더욱이 시일이 촉박해 더 이상의 묘안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던 점은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일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를 임시 방편으로 메울 수는 없는 일이다.
이번에 드러난 단발 적인 사건들이 자칫 더 이상 머뭇거리다가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 막다른 낭떠러지로 사태를 몰고 갈 수 있다는 경고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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