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盧대통령의 신당 처신 올바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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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신당이 출범했는 데도 노무현 대통령이 여전히 민주당적을 갖고 있는 상황은 정치도의상 옳지 않다. 민주당도 스스로 야당임을 자처하고 있으니 盧대통령의 탈당은 빠를수록 좋다. 그것이 몸담았던 정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盧대통령은 수차례에 걸쳐 신당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신당파를 개혁세력으로, 민주당 잔류파를 반개혁세력으로 규정했고 '신당에 우호적 생각을 갖고 있다'는 내용의 말도 했다. 그렇다면 '반개혁 정당'에 잠시라도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 신당이 공식출범한 뒤에, 당적을 정리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신당에 참여해 놓고도 민주당적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전국구 의원들의 처신과 함께 뒷맛이 개운치 않다.

탈당 후 무당적으로 남겠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일 무당적으로 남겠다면 처신도 그 말에 합당하게 해야 한다. 무당적 운운하면서 신당을 계속 지지하는 발언을 하니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오히려 국민만 혼란스럽게 만들 뿐이다. 신당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면 떳떳하게 신당으로 가라. 왜 애매하게 이중적인 처신을 하는가.

무당적으로 초당적인 정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자면 그에 맞는 중립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말로는 무당적이라 하고 마음은 신당에 가 있으면 어느 당이 대통령에게 협조할 것인가.

또 이제 와서 당적을 갖지 않겠다면 지난 대선에서 정당을 보고 표를 준 유권자들은 그 의미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가. 내년 총선 후 당적을 선택하겠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신당이 원내 제1당이 되면 입당하겠다는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비칠 수 있다.

총선은 후보 개인에 대한 평가와 함께 정당에 대해서도 심판을 하는 장이다. 그런데 집권당이 없다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심판할 정치적 기회를 국민에게서 빼앗는 것이다. 신당 일부 인사도 盧대통령의 입당을 반대하고 있다. 총선에 도움이 안 된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는 안 된다. 盧대통령이나 신당은 떳떳한 정치를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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