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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밭사이로 맛있는 냄새

중앙일보

입력

맑고 푸른 자연에서의 성찬. 도시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외식이 아닐까. 풍동 애니골의 한식당 '솔내음'은 이런 꿈을 이룰 수 있는 곳이라고 송동진(46) 대표는 자신있게 말했다.

"주변이 온통 소나무 숲이었어요. 천혜의 자연환경. 맑은 기운 속에서 정성 들여 차린 음식 즐기면서 생활의 에너지를 충전해 가는 곳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 식당은 애니골이 조성되던 지난 98년부터 지금까지 한 자리서 한 메뉴로 승부하고 있는 이 곳의 터줏대감이다.

"지을 당시 오래가는 집, 편안한 집을 생각했습니다. 외곽을 통나무로 하고 황토를 덧바른 집은 그 때만해도 획기적이었죠."

송사장과 함께 솔내음을 운영하고 있는 아내 최재희 씨의 목소리가 낭랑하다.

솔내음은 서울 그랜드힐튼(구 스위스그랜드)과 미국 포시즌호텔에서 역량을 쌓은 호텔리어 출신 아내 최씨에겐 그야말로 '꿈의 궁전'이다. 솔내음은 YMCA 수련장으로 이어지는 후원이 식후 산책코스로도 손꼽을 만 하다. 40여 명이 둘러 앉을 수 있는 방과 홀이 있어 돌잔치.고희연 등 가족 모임 장소로도 인기다.

메뉴는 코스요리로 제공되는 한정식. 미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하고 돌아와 이 식당을 연 최씨는 한식도 처음부터 끝까지 접시를 비울 수 있는 요리를 내놔야한다는 주장을 폈다. 최씨는 "신선로.구절판 등은 눈으로 즐기는 것외에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초창기부터 메뉴에서 아예 뺐다.

솔내음은 손님이 주문하기 전까지 한가지 음식도 미리 준비해 두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음식을 하나 둘 맛보다 보면 기다린 것에 대한 원망은 사라지고 닫혔던 오감이 열리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죽과 샐러드.잡채.탕평채.소고기찹쌀완자.전유어는 코스의 공통메뉴. 여기에 오향장육을 삶아 만든 제육보쌈을 비롯해 연어날치알쌈.대하치즈구이 등의 퓨전요리, 해파리냉채, 코다리 양념구이, 제육볶음 등 6~20가지 요리가 차례로 식탐을 부추긴다. 한식코스요리의 간판 격인 잡채는 솔내음만의 비법이 따로 있다. 간장과 다시마.물엿 등으로 양념한 육수에 당면을 삶아 만든 것이 바로 그것. 색깔이 예쁘고 맛도 부드럽다.

강원도 횡계 황태덕장 것을 재료로 한 황태구이는 구수한 들기름과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당긴다. 6가지 나물반찬과 함께 나오는 강된장과 된장찌개는 코스의 하이라이트. 직접 담근 된장과 감자.청량고추를 넣어 푹 끓인 강된장을 양배추나 상추쌈 위에 올려 밥과 함께 먹는 맛이 일품이다. 햇된장과 묵은 된장을 섞어 끓인 된장찌개는 짜지 않고 깊은 맛을 낸다. 된장찌개를 안주로 삼는 주당 단골을 위해 단품 메뉴로 따로 내놓았을 정도다.

코스식 한정식이 1만 2000원에서 5만원. 떡갈비.불고기.된장찌개 등의 일품요리도 7000원에서 1만 2000원이면 먹을 수 있다.

솔내음은 그 운치와 맛으로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덕분에 웨딩포탈 사이트에서 상견례하기 좋은 곳 1순위로 꼽혔는가 하면 SBS방송국 '이홍렬쇼' 등 방송에도 나왔다.

"상견례한 커플이 몇 년 후 아이 돌잔치 하면서 다시 이곳을 찾아올 때 뿌듯하기 그지없다"고 최씨는 말했다. 031-907-4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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