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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 속 적막만"···참사 이튿날 맞은 대성고의 아침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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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을 막 치른 서울 대성고 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강릉 펜션 참사 이튿날인 19일 오전 7시40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대성고 정문 앞은 등교 시간이 지났지만 한산한 모습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인근 연신내역에서 학교까지 가는 학생들로 붐볐을 마을버스 06번에도 교복 입은 학생은 찾아볼 수 없었다. 간혹 일찍 온 대성중학교 학생들만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공기 속을 무거운 표정으로 뚫고 지나갔다.

대성고 19~21일 휴업 결정 #교사들만 이른 아침 속속 출근 #대성중 학생들, 어두운 표정으로 침묵만

전날 밤늦게까지 학교를 지켰던 고등학교 선생님들도 새벽같이 다시 차를 타고 학교로 출근을 했다. 학교는 19~21일 휴업을 결정했지만, 교사들은 사고를 당한 학생들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다시 교문을 지나 학교 건물로 속속 들어갔다.

19일 오전 7시40분 등교시간임에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정문 앞이 휴업으로 인해 적막한 모습이다. 김다영 기자

19일 오전 7시40분 등교시간임에도 서울 은평구 대성고등학교 정문 앞이 휴업으로 인해 적막한 모습이다. 김다영 기자

학교 경비는 전날보다 더욱 삼엄해졌다. 새벽부터 3명의 경비가 나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됐다. 학교 차량으로 확인되지 않은 차량은 일일이 운전자와 탑승자, 방문 목적을 확인했다. 일부 교직원들도 교문 앞에 진을 치고 있는 취재진을 피해 고개를 숙이거나 얼굴을 가린 채 학교로 들어갔다.

오전 8시가 넘어서자 사복을 입은 대성중 학생들이 삼삼오오 등교를 시작하면서 교문이 붐비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전날 뉴스로 소식을 접한 듯 표정이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 한 중학교 학생은 "부모님께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뉴스에 나오는 사고가 우리 학교라는 것에 다들 놀라고 있고 분위기가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은 "어제 처음 뉴스에 마치 학생들이 잘못된 일을 한 것처럼 부탄가스가 발견됐다는 둥 오보가 나온 것에 너무 화가 난다"며 "우리들의 안타까운 마음만 보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전날 밤에는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란 일부 고3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이 급히 학교를 찾기도 했다. 서울의 한 명문대에 재학 중인 대성고 졸업생은 "뉴스를 보고 걱정이 돼 친구와 달려왔다"며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앞서 18일 오후 1시쯤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수능 시험을 마친 이 학교 학생 10명이 2박3일 일정으로 현장체험학습을 떠났다가 일산화탄소에 질식한 상태로 발견됐다. 10명 가운데 3명이 숨지고 7명은 현재 치료 중이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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