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생보 "대도시를 공략하라" 설립 1년 신설사 살림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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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올해도 신규생명보험회사의 설립러시가 업계의 주요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정부의 보험시장개방원칙에 따라 미국 2개 생보사의 국내지사와 지방상공인들을 주축으로 한 4개 지방생보사가 지난해 본격 영업을 시작한데 이어 지난 2월 내 허가가 난 5개 미국합작생보사, 조만간 선정예정인 5∼6개선의 신규 생보사, 인천·청주 등 추가로 예상되고있는 지방 생보사 증설 등 올해 중에는 최소한 10개 이상의 신규 생보사들이 당국의 허가를 얻어 영업에 나서게된다.
이에 따라 그 동안 연10조원 시장을 안분 해온 동방·교육보험·대한 등 기존 6개 생보사들은 당장의 시장잠식보다는 모집인 등의 인력스카우트와 영업조직동요로 또 한차례의 몸살을 예감하고 있다.
「생보사 춘추전국시대」를 앞두고 지방사 등 새로 설립된 신규생보사들의 1년 남짓한 경영의 이모저모를 점검해본다.
지난해 6월을 전후해 잇따라 문을 연 대전·부산·대구·광주 등 4개 지방생보사들은 현재 본사가 위치한 지방도시와 주변의 중소도시 뿐 아니라 서울·부산 등에서 집중적으로 보험모집에 나서고 있어 대도시공략에 힘을 쏟는 양상.
부산생명의 경우 90개 영업소 중 12개를 서울에 설치하고 있고 그밖에도 각 사마다 50여 점포 중 10여 개씩을 서울에 두고 기존생보사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특히 연고모집에 주력하고 있는데 인력확보가 가능한대로 올해는 전국규모로 영업점포를 신설, 확대해가겠다는 의욕도 보이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각 사별 보유계약은 부산생명이 2천5백99억 원, 대구가 2천5백21억 원, 광주가 1천5백23억 원, 대전생명이 1천63억 원 등의 순 (기존 6개 사는 총 1백64조2천7백20억 원).
아직 영업초기인데다 자금조성효과가 큰 기업 등의 단체보험 (전체 수입보험료의 70∼85%), 단기 저축성보험 등에 주력, 보험료수입 자체가 아직 일정궤도에 오른 형편은 못되지만 12월 실적을 볼 때 광주생명의 신 계약액이 전월 비 1백16·7% 늘어나는 등 4개 지방사의 신 계약증가율이 평균 64·6%로 기존 6개 사의 신장률(25·4%) 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보험료수입을 주로 하는 자산규모는 1월말 현재 부산생명이 3백25억 원, 광주생명이 3백억 원 등이며 대구와 대전생명이 각각 2백87억 원, 2백23억 원 등.
이들 자산의 운용현황은 가입권유를 위한 융자 등 영업지원을 외해 현·예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이 전체의 64%로 대부분이며 유가증권투자 (16·1%) , 대출금 (8%) 등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있어 주로 대출금(52·9%)과 유가증권투자 (25·9%) 에 자금을 운용하고있는 기존사들의 경우와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4개 지방 사 모두가 아직 결산 (3월)전으로 계약자에 대한 책임준비금적립 부담이 없는 상태라 적자여부가 아직 드러나고 있지는 않으나 인건비 등 사업비지출이 예정 분의 2백∼3백%를 넘는 등 계속되는 초기투자지출로 첫해는 물론 향후 몇 년간의 적자는 감수해야할 것이라는 게 주변의 관측.
영업조직이나 자금력 등에서 아직 「도토리 키재기」격인 지방사들의 영업실적에 크게 영향을 주고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 지역경제력과 지역주민의 응집력이라는 게 각 사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산생명이 개인보험을 기반으로 설립이래 4개사 중 랭킹1위를 고수해온 점이라든가 대구생명이 「대구보험은 대구생명으로」 라는 기치아래 대부분 주주이기도한 대구일원 상공인들의 직장단체모집을 영업전략으로 하고 있는 게 그러한 예.
광주생명은 특히 지역응집력이라는 점에서 두드러져 지역일대 뿐 아니라 서울 등 각지의 호남출신 기업인등으로부터도 성원을 받아 지방사들간에 일명「싹쓸이」(?) 라고도 불리고있는데 이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역경제력에도 불구, 모집으로 조성된 자금액 (총 자산) 이 3백억 원을 넘어서 부산생명을 바짝 따라붙고 있다.
이점에서 가장 부진하다 할 수 있는 대전생명의 경우도 향토기업임을 부각, 그 지역출신들로 1백50여명의 사원을 채용하는가하면 유망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신용대출을 감행하는 등 지역민들의 선심사기 (?) 에 안간힘.
87년4월과 10월에 각각 영업을 시작한 미국의 다국적 보험회사인 라이나와 알리코 지사는 국내생보사들과 달리 도심의 오피스빌딩을 주요무대로 샐러리맨 등에게 보장성 보험판매를 주로 하고있어 대조를 이루고있다.
보강성 보험은 책정보험료수입이 적은 반면 만기 후 되돌려줘야 하는 저축보험과 달라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인데 라이나 측 한 관계자는 『한국의 보장보험시장은 거의 불모지대』 라며 『원론에 충실한 영업을 전개해갈 것』이라고 방향을 밝히고 있다.
이들 2개 외국사는 공통적으로 모집인 노사분규의 홍역을 치르기도 했으나 대졸 모집인 채용 등 지방사들의 사업비지출규모와 맞먹는 영업부문에 대한 「손 큰」 투자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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