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뎅이 키워 부자마을 됐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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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운하 풍뎅이연구회장(左)과 윤재두 부회장이 장수풍뎅이와 애벌레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영동=프리랜서 김성태

12일 오후 충북 영동군 학산면 도덕리의 장수풍뎅이 사육장. 200여 평 규모의 사육장 안에는 표고버섯 재배용 참나무를 갈아 만든 톱밥 가루가 밭고랑처럼 30㎝ 두께로 쌓여 있다. 톱밥 가루를 파헤치자 어른 엄지손가락만 한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꿈틀댄다.

장수풍뎅이 마을로 불리는 도덕리 주민 15가구는 풍뎅이 애벌레나 성충으로 자란 풍뎅이를 팔아 지난해 가구당 2300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이 마을은 또 연간 2000여 명이 찾는 자연생태탐방코스로 자리 잡았다.

◆ 버리던 표고목이 효자=표고버섯 주산지인 이 마을에서 장수풍뎅이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1999년. 박종현씨 등 표고재배 농민들은 버섯을 기른 뒤 버리는 표고목(참나무)에 풍뎅이가 몰려와 알을 낳는 것을 유심히 관찰했다.

주민들은 예로부터 풍뎅이나 풍뎅이 애벌레가 약재나 관상용으로 쓰인다는 점에 착안, 풍뎅이 대량 생산에 나섰다. 풍뎅이를 처음 기르기 시작한 박씨는 "버리는 표고목을 재활용하고, 표고목을 갈아 만든 톱밥은 풍뎅이를 기른 뒤 퇴비로 쓸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번식용으로 쓸 풍뎅이 채집을 위해 마을의 노는 땅 곳곳에 톱밥을 갈아 두툼하게 깔아 두었다. 그러자 톱밥 속으로 풍뎅이가 몰려들어 알을 낳았다. 이어 비닐하우스 사육장을 만들어 알을 옮겨 부화시켰다. 마을에는 풍뎅이가 좋아하는 참나무 군락지가 많아 채집은 비교적 쉬웠다.

영동군 농업기술센터도 적극 나섰다. 기술센터는 온도와 습도 등 생육 조건을 조절하면 성충이 되는 시기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성충으로 바뀌는 시기를 조절하면 풍뎅이의 공급을 일정하게 맞출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기술원은 또 유충의 약효를 유지하면서 건조할 수 있는 2600여만원짜리 건조기도 구입해줬다.

◆ 생태 체험코스로 인기=농민들은 2002년 풍뎅이연구회(작목반)를 만들었다. 사육 농가는 당초 2~3개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5가구(사육면적 6000여 평)가 참여하고 있다. 애벌레는 연구회를 거쳐 공동 판매한다. 또 공동 사육장 등을 운영하며 풍뎅이 연구도 하고 있다.

농민들은 당초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여운하(66) 연구회장 등은 2~3년 동안 전국의 애완동물 판매상과 자연생태학습장 등을 찾아가 풍뎅이를 구입해 줄 것을 호소한 끝에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었다.

풍뎅이는 지난해부터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연구회에 가입한 농가만 50여만 마리의 애벌레와 성충을 마리당 700~800원에 팔아 총 3억5000만원(농가당 평균 2300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해 판매 목표량은 70여만 마리. 이와 별도로 연구회에 가입하지 않은 20여 농가도 2000~3000여 마리씩 소규모로 풍뎅이를 길러 팔고 있다. 이 마을은 생태체험코스로도 자리 잡았다. 지난해에만 초.중생과 학부모 등 2000여 명이 찾았다.

연구회는 지난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최우수 농업인 연구모임으로 선발돼 받은 상금 7000만원으로 풍뎅이 전시관(30여 평)과 저온저장시설(20평) 등을 만들었다.

영동=김방현 기자

◆ 장수풍뎅이=힘이 세 장수풍뎅이라 부른다. 알에서 애벌레로 태어나 번데기 과정을 거쳐 성충(몸길이 30~55㎜)이 되기까지 1년 정도 걸린다. 7월에 성충이 된 뒤 9월에 알을 낳고 죽는다. 부화한 유충은 겨우내 탈피와 동면을 거듭하다 6월께 번데기방을 만든다. 수컷은 머리에 뿔이 있으며, 암컷에는 뿔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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