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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포 박병호 ‘최고’가 되기 위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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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미국에서 2시즌을 보낸 뒤 올해 KBO리그에 복귀한 박병호. 종아리 부상으로 11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타율 0.345를 기록하면서 4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최고 타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타격 자세를 뜯어고칠 계획이다. 양광삼 기자

미국에서 2시즌을 보낸 뒤 올해 KBO리그에 복귀한 박병호. 종아리 부상으로 113경기 출장에 그쳤지만, 타율 0.345를 기록하면서 43개의 홈런을 터뜨렸다. 박병호는 최고 타자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타격 자세를 뜯어고칠 계획이다. 양광삼 기자

‘국민 거포’ 박병호(32·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의 톱클래스 타자다. 후배들은 곁눈질로 그의 타격 폼을 따라 한다. 2015년 말 미국 진출에 진출해, 두 시즌을 보내고 올해 KBO리그에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언제 나갔다 왔냐는 듯 타율 0.345, 43홈런·112타점을 기록하며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쥐었다.

스프링캠프서 타격 폼 수정 예고 #“오픈스탠스로 바꿔 몸쪽 공 대응” #빅리그 부진에 ‘타이밍’까지 고쳐 #“내년 부상없이 전 경기 뛰고 싶어”

후배들은 따라 하기 바쁜데, 정작 당사자인 박병호는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나는 완성형이 아니다. 내년 시즌을 위해 또 한 번 타격폼을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의 타격폼 변화의 요점은 ‘스탠스(타격 자세에서 두 발의 위치)’다. 그는 “내년 스프링캠프가 끝나기 전까지 스탠스를 조금 열어 놓고 타격하는 것으로 바꿀 예정”이라며 “현재 폼에선 몸 쪽 꽉 찬 공은 잘 쳤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공을 치면 힘없는 타구가 많이 나왔다”고 분석했다.

2018시즌 박병호 타격폼. [ 사진 TV중계 캡처]

2018시즌 박병호 타격폼. [ 사진 TV중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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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타자 박병호는 타석에 들어서면 왼발을 홈플레이트 쪽에 놓는다. 오른발과 대각선을 이룬다. 자연스럽게 왼쪽 어깨가 1루 쪽을 향하면서 몸통 한쪽은 포수 쪽에 가깝다. 게다가 두 팔꿈치를 옆구리에 붙인 채 상체를 빠르게 회전하는 ‘몸통 스윙’으로, 몸 쪽 공에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 박병호는 3년 만에 KBO리그에 돌아왔어도 여전히 강타자였다. 다만 전보다 땅볼 비율이 늘었고 좌투수에 다소 약했다. 몸 맞는 공(사구)도 많아졌다. 2015년 140경기에서 사구는 12개(경기당 평균 0.08개)였다. 올해는 113경기에서 17개(경기당 0.15개)의 사구를 기록했다.

2018년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박병호. 양광삼 기자

2018년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상을 받고 소감을 말하고 있는 박병호. 양광삼 기자

이종열 해설위원은 “최근 외국인 투수는 직구 속도도 빨라지고, 몸 쪽 공 비율도 높아졌다. 박병호는 올 시즌 이런 투수들을 상대하며 깨달은 바가 있었을 것이다. 스탠스를 열어 몸 쪽 공에 편안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박병호의 전매특허인 몸통 스윙은 계속 볼 수 있을 전망이다. 박병호는 “몸통 스윙은 이미 체득한 폼이다. 내가 안 하려고 해도 무의식중에 나올 것”이라고 했다.

박병호는 뒤늦게 꽃을 피운 대표적인 선수다. 2005년 신인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었지만, ‘만년 유망주’로 불렸다. 2011년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 마침내 잠재력을 발휘했다. 2012년 KBO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했고, 2012~15년 4년 연속으로 홈런왕이 됐다. LG에서 힘든 6년을 보냈던 그는 언제나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최고 타자가 된 후에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에도,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2016년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성한 그는 그해 62경기에 나와 타율 0.191, 12홈런·24타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빅리그에서 부진했던 박병호는 KBO리그에서 ‘잘 통했던’ 모든 걸 버리고 신인의 자세로 타격폼을 연구했다. 그리고 2016년 말 타자에게 가장 어렵다는 ‘타이밍’까지 바꿨다. 이종열 해설위원은 “박병호는 타격 때 왼발을 뒤로 뺐다가 앞으로 내디딘다. 강속구 투수가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는 이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이후 왼발을 더 빨리 빼는 방법을 찾았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아도 타자로선 아주 큰 변화다”고 설명했다.

어느덧 박병호는 팀 내 고참이 됐다. 대개의 경우 그 정도 위치라면, 또 지금껏 나쁘지 않았다면 같은 방식을 고수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코치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가장 알맞은 답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이정후(20), 김하성(23) 등 같은 팀 후배들은 “박병호 선배를 보며 많이 배운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박병호의 내년 목표는 뭘까. 홈런왕도, MVP도 아니다. 그는 “내 목표는 다시 불러준 히어로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보답은 부상 없이 전 경기를 뛰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역시 박병호 다운 목표 설정이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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