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생각은

'이슬람 = 테러' 편견 버려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8월 초 한국기독청년들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평화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행사를 놓고 국내외에서 논쟁이 뜨겁다. 아프가니스탄에선 테러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2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주최 측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지난 4년 동안 한국인 기독교인들이 매년 1000명 이상 이곳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을 전개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의 한국인 피해도 없었다고 반박한다.

여기서 2004년 6월 이라크에서 살해된 고 김선일씨 이후 국내에 만연한 이슬람 테러 악몽이 여전함을 보게 된다. 김선일씨 사건 이후 우리 국민은 이슬람에 대해 편견을 갖게 됐다. 이슬람 저항세력은 언제든지 극단적인 테러를 자행할 수 있다는 것과 그들은 기독교인들에 대해 매우 적대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과잉이며 증폭된 것이다.

세계 무슬림들의 반감은 십자군전쟁과 식민지배를 해온 서구인들에 대한 것이다. 종교적 적대감이라고 말하면 과도한 억측이다. 2004년 2500명의 한국인 기독교인들이 팔레스타인에서 대대적인 평화행사를 개최했을 때 현지 지도자들은 물론 하마스 지도자들과 일반 주민들이 대대적으로 환영했던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외국인에 대한 테러 대부분은 서구 백인들과 힌두교 인도인, 이슬람 터키인에 대한 것이었다. 한국 기독교인이 조직적인 테러 피해를 본 적은 없었다.

이슬람 테러는 즉흥적이 아니라 수백 년 동안 내려온 문화적 규범에 따라 이뤄진다. 이슬람 창시자 마호메트와 코란을 모독할 경우, 현지인 무슬림이 타 종교로 개종할 경우, 이슬람 집단에 대해 무력공격이 있을 경우로 엄격히 제한된다. 그리고 반드시 사전 경고를 한다.

무슬림들이 외국인 방문객을 극진히 손님 대우하는 것은 유명하다. 자국 방문 외국인을 종교적인 이유로 테러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것은 자신들의 명예 모독이며, 알라신에 대한 범죄행위다.

김선일씨 경우는 점령군 미군과 협력했다는 이유로 살해됐다.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다. 무장세력의 거듭된 경고에도 우리 관계자들은 그의 기업을 즉각 철수하도록 조치하지 않았다. 오히려 현지 변호사를 통해 돈을 주며 협상하려고 했다. 김선일씨가 기독교인이 아니었더라도 그는 살해됐을 것이다.

8월에 한국대학청년 2000명과 현지인 2만 명이 대규모 문화행사를 한다고 테러위협 운운하는 것은 우리 정부와 일부 언론이 잘못된 이슬람 악몽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은 국제적 무관심 속에 재건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고 극도의 가난과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행사를 적극 추진해온 아프가니스탄 문화부 차관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나라는 물질적 도움도 크게 필요하다. 그러나 국민이 심리적 고통과 전쟁 악몽을 떨쳐버리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국민적인 관심을 끄는 대규모 스포츠 문화축제를 통한 '국민적 치유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문제는 누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이 일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전쟁의 고통을 겪고 일어난 한국인들이 할 수 있다. 자비로 지난 4년 동안 소리없이 헌신적으로 봉사해온 한국 기독청년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문화행사를 하겠다는데, 우리 정부와 일부 언론이 광적인 기독교인으로 치부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최한우 한반도 국제대학원대학 총장 국제중앙아시아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