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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평 대리전" 양상으로 이상 과열 | 동해 의원재선거 것 합동유세 중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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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4·26총선거이후 1년만에 처음 실시되는 강원도 바닷가의 동해시에 국회의원재선거열기의 파고가 높게 일고있다.
오는 14일의 투표일을 9일 앞두고 조직을 다지고 동네 구석구석을 저인망으로 훑듯 표밭을 일궈온 5명의 후보들은5일 낮 첫 합동유세를 통해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직·자금, 그리고 당세 등으로 볼 때 민정 (홍희균) 민주 (이관형)후보간 2파전으로 압축되고있다는 것이 이곳의 중론. 그러나 뒤늦게 뛰어든 평민당의 김숙원 후보와 토박이 이홍섭 후보(공화) , 그리고 「4전5기」의 무소속 지일웅 후보의 추격도 만만치 않아 선거전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민정·민주당 측은 공개적으로 「중평 대리 전」을 선언해 이번 선거의 의미를 확대 해석, 각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삼 민주당총재가 「중평축소판」논을 펴자 노태우 대통령은3일 민정당 청년자원봉사단발대식의 치사를 통해 『이번 동해시재선거는 국회의원을 선출한다는 것보다는 정부의 1년간 업적을 평가받는 중요한 선거』라고 정면 대응해 양당은 거당적 공세로 맞받아 치고있다.
이 같은 이상과열에 평민·공화는 심히 못마땅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당력을 집중투입하고 있는 실정.
김대중평민당총재는 『중평 대리전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하면서도 9일의 지구당개편대회와 시국강연회를 위해 8일 이곳에 내러와 「황색바람」의 가동을 시험해본다는 계획이나 평민당으로서는 기반이 취약한 것도 사실.
공화당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 (이 후보) 고 불평하면서도 김종필 총재가 곧 이곳에 내려올 예정이고 김행영 전당대회의장, 최우규 사무총장이 현지에서 당 차원의 지원활동을 진두지휘.
과거 이 지역에서 4번 나와 번번이 낙선해 『헐벗었다』 고 주장하는 무소속 지 후보는 묵 호 역 광장에 천막사무실을 설치해 유권자의 동정 어린 시선을 끌고있다.
각 당의 물량공세는 유권자들의 공짜심리를 부채질하고 있고 후보 서로간의 인신공격이 얽혀 타락· 혼탁선거의 조짐이 역력하며 갈수록 선거양상이 한층 타락할 것 같다.
동해시선관위는 각 당 후보들의 벽보 위에 「국회의원선거법을 위반한 불법벽보」라는 부착물을 붙이는 등 공명선거 분위기 조성에 힘쓰고있지만 과잉선거열기에 파묻혀 역부족인 것도 여느 때 선거와 다름없는 현상이다.

<민주당후보를 집중 공격>
5일 낮 중앙국교에서 열린 제1차 합동유세는 마침 공휴일이라 많은 청중들이 운동장을 메웠고 후보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와 야유가 쏟아지는 등 열기가 가득.
후보들은 지금 최대정치현안인 문익환씨 입북사건을 비롯, 5공 청산문제 등을 소재로 열을 올렸는데 특히 평민·공화당후보들은 민정· 민주간 「중평 대리전」 을 집중 공격해 눈길.
최근의 중앙정치 상황을 반영하듯 이날 유세장 에서 민정·평민·공화당 후보들은 특히 민주당 후보를 집중공격.
수백 명의 청자 봉 단원들이『홍희표』를 연호 하는 가운데 등단한 민정당의 홍 후보는 강원도의 전통적인 반공의식을 겨냥, 문씨 입북과 이에 내한 야당 측의 미온적인 반응을 성토.
홍 후보는 『6·25당시 동포의 가슴에 총부리를 들이댄 민족의 살인자 김일성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추앙하고 자유체제하에서 국민이 직접 선출한 우리 대통령을 독재자요 역적으로 매도한 문씨의 작태는 국민의 이름으로 심판 받아야 한다』고 주장.
홍 후보는 『문씨가 이 나라를 파국으로 몰고 가려는 데도 야3당은 그저 관망만 하고있으니 한심한 노릇』 이라고 비난.
홍 후보는 특히 민주당 측을 겨냥, 『선관위에서 이미 불법이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옥외집회에 당총재가 참석하니 그 당에는 법도 없느냐』고 목소리를 높여 성토.
홍 후보는 스스로를「민정당의마당발」이라고 소개하고 『북방경제교류의 활성화에 대비한 동해시의 발전계획을 짜놓았다』고 공약.

<문 목사사건은 언급 안 해>
평민당의 김숙원 후보는 별로 편안하지 못한 당의 입장을 고려, 문씨 입북사건은 슬쩍 피하고 대신 5공 핵심 인사처리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었는데『정호용·이원조 의원은 공직 사퇴해야한다』고 주장.
김 후보는 평민당의 희망과는 달리 동해시재선거를 「중평축소판」으로 몰아붙이는 민주당을 겨냥, 『일부야당에서 이번 선거가 중평과·비슷하다고 소리치고있는데 그렇다면 민정당 후보가 당선되면 바로 노 정권이 신임을 받은 것으로 해도 좋단 말이냐』고 반문.
김 후보는 재선거의 의미를 「동해시민의 자존심 설욕전」으로 규정, 『지난 4· 26 총선 때 선거법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지난 선거를 코미디로 만들었기 때문에 재선거를 실시하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동해시민의 자존심을 보여주자』고 역설.
김 후보는 『여소 야대 정국을 주도하는 평민당이 강원도에 의석이 하나도 없는 것은 정치구도의 모순』 이라며 『평민당의원 한사람은 여당의원 열 명 보다 낫다』고 기염.
김 후보는 『당선이 되면 중앙정치무대로 나가 지자제전면실시를 축구하며 농어가 부채를 경감시키는데 앞장서겠다』고 공약.

<"중평 연기 국민기만행위〃>
청년당원의 환호 속에 연단에 오른 이관형 후보 (민주) 는 유난히 동해시재선거의 의미를 강조했는데 『이번 선거는 단순히 국회의원 1명을 뽑는 게 아니다』며 『맥빠진 5공 청산, 갈팡질팡하는 북방외교, 그리고 엉망진창이 된 민생치안에 이르기까지 부패와 비리, 무능과 도덕적 타락이 극에 달한 민정당 정권에 국민의 이름으로 일대 경종을 울리고 각성을 촉구하자는 것』 이라고 역설.
이 후보는 문씨 입북사건을 들어 정부의 북방정책에 맹폭을 가했는데 지역의 보수성을 의식, 『여러분들은 자유민주주의체제수호를 위해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인을 뽑아야 한다』고 호소.
이 후보는 중평불신임 투쟁노선을 택했던 김영삼 총재를 치켜세우면서 자당의 「선명성」 을 강조, 『노 대통령의 중평연기는 한마디로 국민을 우롱한 기만행위이며 지탄을 면치 못할 정치적 사기 극』 이라고 성토하고『일부야당은 현실에 안주키 위해 노 정권과 야합, 중평연기를 만들어냈다』고 다른 3당을 싸잡아 맹공.
이 후보는 『북평 항을 동해제일의 무역항으로 만들겠다』는 구호와 함께 임해공업단지조성·공설운동장건설· 도립병원유치 등을 공약.

<"분위기 과열. 혼탁 시켜">
이홍섭 후보(공화) 는 『민정·민주 양 후보는 인구 10만의 소도시 동해시에서 마치 대통령선거를 치르는】양 분위기를 과열·혼탁 시키고있다』며 특히 『일부야당에서 중평 운운하는 바람에 유권자들의 건전한 의식만 흔들리게 된 만큼 그 정당은 책임을 져야할 것』 이라고 은근히 민주당을 질타.
이 후보는 『평상시는 고향을 거들떠보지도 않다가 선거철만 되면 철새처럼 나타나 온갖 사탕발림공약을 하는 후보들이 많다』며 『이번만큼은 이들에게 표를 주지 말고 본때를 보여주자』고 호소.
이 후보는 동해시상공회의소 소장답게 지역개발공약을 많이 풀어놓았는데 『향후 5∼10년 이내에 시 인구를 20만∼30만으로 육성하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고 약속.

<"오똑이 의지 잘 봐달라〃.
무소속의 지일웅 후보는 그 동안 야당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겪었던 시련을 토로하고 『지금까지 국회의원선거에서 네 차례나 실패하고 이제 다섯 번째로. 여러분 앞에 섰다』 며 『오뚝이 같은 이 사람을 그 의지하나만이라도 어여삐 보아 이번에는 의정단상으로 보내달라』고 유권자의 동정심리 유발에 역점.
지 후보는 5공 청산에 초점을 맞추면서 『5공 청산 없이는 국가의 미래도, 희망도 없다』며 『노 정권은 5공 핵심인사처리에 있어 이를 악물고 모질어야 한다』고 주장.
지 후보는 『4백원을 홈친 소년은 유치장으로 보내면서 4백억 원 이상을 해먹은 전두환씨는 구속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고 힐난.

<동해시=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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