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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드래곤에게도 저작권료 안 주는 ‘배짱 협회’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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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호 01면

[SPECIAL REPORT] 음악저작권협회가 이상하다

지드래곤

지드래곤

현재 현역 군인으로 복무 중인 빅뱅의 지드래곤(30·권지용·사진)이 입대 직전인 지난해 6월 8일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범 ‘권지용’을 냈다. 이 앨범은 CD가 아닌 USB(휴대용 저장매체)로 돼 있다. USB를 컴퓨터에 꽂고 9개의 시리얼넘버를 입력하면 인터넷 사이트로 연결돼 새 뮤직비디오 등 신곡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제작된 새로운 형태의 음반이다. 발매 당일 국내 팬들의 관심이 뜨거웠으며, 이날 ‘중국 QQ뮤직’에선 하루 만에 76만2000여 장이 판매될 정도로 돌풍이 불었다.

작년 군 입대 전에 낸 USB 앨범 #발매 1년 6개월 동안 지급 안 해 #협회 “일반 음원과 형식 다르다” #횡령 의혹 일부 고위직 경찰 수사

곡을 만든 지드래곤과 테디는 당연히 음반 판매에 따르는 저작권료 수입을 톡톡히 거둘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음반 발매 1년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지드래곤과 테디의 주머니에는 단 한 푼의 저작권료도 들어오지 않고 있다.

지드래곤이 군에 있기 때문은 아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그와 함께 곡을 만든 또 다른 저작권자인 테디 측이 지난 5월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저작권료를 왜 지급하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음저협은 음반 제작사에서 저작권 사용료를 징수하고, 이를 창작자들에게 배분하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음저협이 지급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

음저협은 애초 신개념 USB 앨범을 전통적 개념의 음반(복제)으로 인정하지 않고, 전송(스트리밍으로 실시간으로 웹에서 듣는 형태)으로 간주해 이에 해당하는 저작권료만 지급하려 했다. 이와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전임 회장 측근인 협회의 한 고위 인사가 지드래곤의 USB를 ‘전송’ 형식으로 보고 처리하라는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저작권자인 지드래곤 등은 당시 음반 판매량 기준으로 볼 때 복제로 인정받으면 3억원의 저작권료를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전송 형태로 계산하면 지드래곤 등이 받는 저작권료는 3000만원 정도로 10분의 1로 줄어든다”고 말했다.

게다가 USB 앨범을 복제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낸 협회 내 실무 담당자는 지난 4월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1개월 감봉 조치를 당했다. 협회 담당자가 변호사에게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도 음반으로 간주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론이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저작권자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최대한 그 권리를 보호하고 확대해 나가는 것이 협회의 본업인데도 이를 이행하려고 노력한 직원이 오히려 징계당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음저협은 “담당 직원이 처음부터 사안을 면밀히 검토해 적정하게 처리했어야 하는데 업무 부주의로 혼란을 일으켰기 때문에 인사 규정에 따라 징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멜론 등 국내 6개 주요 음악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음원·음반 판매량 집계 차트(가온차트)를 운영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는 처음에는 USB 앨범을 음반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 1월부터 ‘권지용’ USB를 정식 앨범(복제)으로 인정하고 앨범 차트 순위에 올렸다. 협회는 이와 다른 판단을 한 것이다.

음저협은 저작권료를 불투명하게 집행해 현재 경찰 수사도 받고 있다. 협회 내 전·현직 회장과 비상근 이사들의 배임과 횡령 등의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게다가 전임 회장 시절인 2014년부터 음악과 정부(정치)의 만남이라는 콘셉트로 ‘음정콘서트’를 연 2회 열었다가 올해 폐지했다. 연간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유명 가수들을 섭외해 국회와 정부세종청사를 오가며 무료 콘서트를 연 것이다.

이 자리엔 일반 시민보다 주로 특정 국회의원과 그의 지역구 지지자들, 보좌관과 그 지인들, 공무원들이 무료로 관람하는 특혜를 받았다. 한 의원실에선 지역구 지지자들 100여 명을 관광버스에 태워 단체로 콘서트 관람을 하도록 했다. 겨우 무료 티켓을 구한 소수의 일반 시민들의 관람석은 무대에서 가장 먼 뒤쪽이었다.

협회의 한 직원은 “전임 회장 A씨가 정치권 진출에 평소 관심이 많다 보니 내부에서 깊은 논의 없이 무리한 이벤트가 기획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저작권 관련 입법 등에 애쓰는 정치권과 공무원 등의 노고에 보답하고자 좋은 뜻에서 시작한 콘서트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달 11월 중순 현장 업무점검에 나선 문체부는 음저협의 일반회계와 분배 업무 등에서 문제를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는 내년 초 최종 결과가 나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고성표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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