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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가전산업 내수시장 쟁탈 "뜨거운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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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 가전 메이커들의 지상과제는 내수확대와 신규해외시장 개척이다.
지속되는 원화 절상으로 수출마진이 떨어지고, 주 수출선인 미국이나 EC (유럽공동체)의 보호장벽이 갈수록 높아만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수시장 쟁탈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워질 수밖에 없게 됐다.
컬러TV·VTR·전자레인지·냉장고·세탁기 등 주요 가전제품을 모두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금성사·대우전자 등 3사 공히 올 경영전략의 최우선과제로 내수확대를 내걸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국내 보급률이 낮은 전자레인지(12%), VTR(20%), 세탁기 (50%) 시장을 집중공략하기 위해 대리점 등 판매와 서비스 망을 대폭 늘리는 한편 통신판매를 비롯, 현금·신용·팩토링 등 다양한 결제방식을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대체수요에 눈독>
또 보급률이 95%선인 컬러TV·냉장고쪽 수요가 한계에 달했다고 판단, 대체수요를 끌어내기 위한 신제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수시장 쟁탈전의 열기는 이들 가전3사가 목표로 잡고있는 시장점유율에서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선두 삼성은 올해 매출목표 4조8천억 원의 65%를 내수로 충당한다는 계획아래 제품별 시장점유율 목표를 컬러TV와 VTR는 각각 35%, 냉장고 38%, 세탁기 40%,, 전자레인지는 50%로 잡고 있다.
3조8천억 원을 매출목표로 설정한 금성사는 이보다 한발 앞서 컬러TV와 냉장고를 각각 45%씩으로, VTR와 세탁기는 각각 42% 씩으로, 전자레인지는 43%를 시장점유목표로 하고있다.
전자레인지를 제외하고 다른 품목에서는 삼성을 모두 앞지르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양사에 대한 대우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대우는 올해 매출목표 1조5천 억 원 중 6천억 원을 내수 쪽에 책정해놓고 지난해 컬러TV 28%, VTR 23%, 냉장고31%, 세탁기26%, 전자레인지 30%등 평균 25%의 내수시장점유율 (회사측 주장)을 올해에는 전 품목30%로 끌어올리겠다고 기염을 토하고있다.
이들 3사의 계획만으로도 품목별로 1백7∼1백23%가돼 그만큼 시장쟁탈전이 치열할 전망이다.
여기에다 비록 소규모이긴 하지만 아남전기·한국전자· 태광산업· 흥양· 남성· 동국종합전자·코스모스전자· 한국 컨트로닉스·오리온일렉트릭코리아·범우 전자 등이 컬러TV시장에, 세탁기는 신일 산업이, 전자레인지는 한국일신이 각각 참여하고 있어 첨예한 시장 쟁탈전에 가세하고 있다.
가전 업계를 대표하는 3사의 싸움은 밖에서도 한바탕 벌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 그 무대는 종전 미국과 EC등 서유럽에서 중국과 소련·동구 등 공산권, 중남미·아프리카· 중동· 대양주 등 세계전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까다로운 미국과 유럽시장의존도를 낮추고 시장다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에서는 안에서 대로, 밖에서는 국제화시대를 맞아 우리끼리는 물론 내노라하는 세계 유수의 가전 메이커들과 어우러져 이전 투구해야할 판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새로운 시장진출에 있어 지난해 치른 올림픽 덕을 상당히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스런 일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업계 스스로 기술개발과 PR를 통해 이미지제고에 힘써온 것은 사실이지만 올림픽을 계기로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강렬하게 심어주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 전3사의 공산권진출경쟁은 올해부터 본격 가속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6월 대우가 중국 복건성 복주에 연산 30만대 규모의 냉장고공장을 가동한데이어 금성은 광동성 주해 특구에 연산15만대 규모의 컬러TV공장 건설에 착공할 예정이다.
삼성도 심천 특구에 연산17만대의 카셋 공장을 곧 가동할 계획이며, 북경에 냉장고 공장을 짓기 위한 계획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 있다.

<박람회 적극참여>
이들은 생산공장 건설 외에도 공산권에서 열리는 각종 박람회 및 전시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 자사제품에 대한 홍보활동을 지속적으로 펴왔으며 앞으로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가 전3사는 이를 위해 별도예산으로 3백만∼4백50만 달러씩을 책정해 놓고 있다.
삼성은 4월 체코슬로바키아 프라하에서 열리는 전자 전문전을 비롯, 모스크바상품전 (5월) , 북경국제무역박람회 (7월) 등 공산권에서 열리는 행사에 12회 정도 참가할 계획을 짜놓고 있다.
금성사도 9월 북경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전시회를 비롯, 동구권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에 참가하는 한편 북경에 상설전시장을 개설, 단독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대우도 5월 소련과 불가리아에서 개최되는 종합박람회에 참석하는 등 14회의 전시회에 참가할 방침이다.
가전3사는 공산권외에도 인도네시아 (삼성),말레이시아(금성) 등 동남아지역에 생산공장을 세우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시장개척과 함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기술개발과 시설투자.

<노사분규가 복병>
주요 가전 메이커들은 벽걸이TV·입체TV·고해상도(HD) TV등 첨단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적지 않은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삼성은 연구개발비 3전5백억 원 등 올해 중에만 1조5백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금성은 연구개발에 3천억 원을 들이는 등 9천3백억 원을, 대우는 9백억 원의 연구개발비등 총1천9백억 원을 각각 새로 투입한다.
이들의 신규투자내용은 연구개발 외에 시설자동화·전산화 등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노사분규와 그에 따른 임금인상에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가전 업계의 최대고민도 여타업계와 마찬가지로 노사분규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업계의 아킬레스건은 원고보다 노사분규가 될 것입니다.』 이헌조 금성사사장의 이 같은 진단이 어려운 상황을 대변해주는 셈이다.
요컨대 좁은 국내시장과 치열해져만 가는 국제무대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원만한 노사관계가 최대의 관건이 되고있는 것이다.
비단 전자업계뿐 아니지만 특히 2000년대에 자동차·기계와 함께 우리산업을 이끌어갈 삼두마차인 가 전 폭이 제몫을 해내기 위해서는 당면한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일이라 할 수 있다.<이춘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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