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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3분기 ‘불황형 흑자’…몸집 못 불리고 허리띠만 조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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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한국기업이 수익성은 그럭저럭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 지체 현상은 여전했다. 기업이 몸집을 불리는 대신 허리띠를 졸라매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고 볼 수 있다.

제조업 영업이익률 9.7%지만 #반도체 빼면 절반으로 떨어져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3분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수익성과 안정성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매출 증가율은 줄어들었다. 2017년 말 현재 외부감사대상법인 3333개를 조사한 결과다. 반도체 쏠림 현상도 여전했다. 반도체의 ‘원맨쇼’로 제조업 전체 영업이익률이 10%에 육박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익률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여주는 매출액증가율(전년동기대비)은 3.5%를 기록했다. 2분기(4.8%)보다 낮아졌다. 성장이 더 둔화한 셈이다. 업종과 기업 규모에 따른 흐름은 엇갈렸다. 제조업(4.3→6.2%)의 매출액증가율은 상승했지만 비제조업(-0.4%)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양극화 현상은 심해졌다. 대기업(4.6→4.9%)의 매출액증가율은 올라갔지만 중소기업(-2.5%)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장사는 나쁘지 않게 했다. 수익성을 보여주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7.6%를 기록했다. 1000원어치를 팔아 77원을 남긴 셈이다. 전분기(7.7%)보다는 수익성이 약간 떨어졌다.

문제는 기업 규모와 업종에 따라 벌어지는 격차다. 3분기 대기업 영업이익률은 8.4%로 전분기(7.8%)보다 개선됐다. 중소기업은 2분기 7.3%에서 3분기 4.1%로 낮아졌다.

기계·전기전자업종은 훨훨 날았다. 3분기 매출액영업이익률은 18.3%로 통계를 집계한 2015년 1분기 이후 최대치였다. 자동차와 조선 등 운송장비업종(0.8%)의 부진에도 반도체의 고군분투 속에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9.7%를 기록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보여주는 지표는 약간 나아지는 데 그쳤다. 3분기 기업 부채비율은 83.0%로 전분기(83.9%)로 소폭 개선됐다. 기업의 금융부담을 보여주는 차입금 의존도도 20.3%로 2분기(20.5%)보다 약간 떨어졌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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