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불신임 위기 넘겼지만…브렉시트는 가시밭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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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관저 앞에서 연설을 하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12일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관저 앞에서 연설을 하는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 [A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소속 보수당 의원들이 제기한 불신임 투표에서 200표의 신임을 얻어 자리를 유지하게 됐다. 과반은 159표였다. 앞으로 1년간 당내 불신임 투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리더십에 상처를 입어 브렉시트를 추진하는 동력은 떨어질 전망이다.

1년간 총리직 보장, 메이 "2022년 선거 전 사임" #브렉시트 합의안 의회 통과는 여전히 불투명

12일(현지시간) 보수당 소속 하원의원 317명은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에서 메이 총리의 불신임 안에 대한 비밀 투표를 시행했다. 투표에 앞서 이미 의원 174명이 공개적으로 메이 총리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비밀 투표여서 실제 투표 결과가 어떨지는 열어봐야 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개표 결과 메이 총리는 과반(159표)을 상당히 상회한 200표의 신임 표를 받았다. 불신임 의사를 표한 의원은 117명이었다. 당초 표차가 근소할 경우 메이 총리가 스스로 사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격차가 벌어져 그런 양상은 나타나지 않을 전망이다.

메이 총리는 불신임 투표가 제기되자 유럽을 순회하던 일정을 접고 급거 귀국해 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연설했다. 그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불신임안에 맞서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이어 “새 당 대표를 뽑더라도 EU와 재협상을 할 여유가 없어 브렉시트를 연기하든지 중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대표를 줄이기 위해 메이 총리는 투표 직전 의회에서 열린 연설에서 2022년으로 예정된 차기 총선은 자신이 이끌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전에 사임하겠다는 의미다.

같은날 영국 의회 밖에서 한 시위자가 브렉시트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같은날 영국 의회 밖에서 한 시위자가 브렉시트 반대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번 투표를 통과함에 따라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등은 앞으로 1년 동안 불신임안을 낼 수 없다. 하지만 메이 총리의 리더십에 흠집이 간데다 기존 합의안에 대해 EU 측이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의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메이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보수당 내부가 아니라 야당까지 나서 총리 불신임을 추진할 수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기존과 전혀 달라지지 않은 합의안을 들고 오는 순간을 기다려 당 차원의 불신임안을 제출하고, 조기 총선을 치러 정권을 차지하겠다는 계산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당내 불신임 투표를 통과했지만,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메이 총리의 동력이 떨어질 경우 혼란이 이어지면서 제2 국민투표를 하자는 여론이 높아질 수도 있다. 내년 3월 29일까지 이도 저도 아무런 합의가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게 되는데 EU는 탈퇴 시한을 연장해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노딜 브렉시트는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영국중앙은행은 이미 경고했다.

당내 반발을 통과했지만 메이의 고난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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