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도 과하면 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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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가전업체들은 에어컨과 공기 정화기에 산소 발생기를 달아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산소가 많이 녹아 있는 음료수도 나오는가 하면, 승용차에 산소 발생기를 장착하기도 한다.

현대차.GM대우자동차는 완성차에 아예 산소발생기를 달아 출고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산업용.의료용으로나 쓰였던 산소가 일반화되고 있는 신호들이다. 공기가 있는 곳이면 어느 곳에나 풍부하게 있을 것 같은 산소를 사 마시기까지 해야 하는 것은 산소가 부족한 생활 공간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소는 잘 쓰면 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산소중독, 폐 기능 약화 등의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산소 발생기를 이용하더라도 실내 산소 농도가 일반 공기 중 농도보다 0.5~1% 정도 높은 상태면 적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보통 설악산이나 동해안의 산소 농도가 대기 중 평균 산소 농도보다 0.5~1% 정도 높기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서울 도심이나 사무실의 산소 농도는 대기 중 표준 농도인 20.9% 보다 0.5% 내외, 동해안 바닷가보다는 1% 정도 더 낮다. 문을 닫고 잔 아파트의 아침 산소 농도는 19.5~20.2% 밖에 안된다.

건축법에서 정한 적정한 실내 산소 농도인 20.5%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정도면 잠을 자더라도 피로가 풀리는 것이 더뎌진다. 자동차의 문을 닫은 채 한두시간 운전하면 차안의 산소 농도 역시 19%대로 떨어진다. 그러면 피로감이 쉽게 오고 정신이 흐릿해져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차량에 산소 발생기를 달면 21.5% 정도의 산소 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에어컨이나 공기청정기,승용차에 다는 산소 발생장치는 대부분 없는 산소를 약품 등을 써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공기 중에 78%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많은 질소를 걸러내 산소의 농도를 높이는 방식을 사용한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 아니면 질소를 걸러낸 빈 공간에 새로운 공기가 들어오고 그 공기를 다시 걸러 질소를 없애므로, 이를 반복할 경우 결국 실내 산소의 농도가 높아진다.

질소와 산소를 분리하는 데는 공기 중에서 질소만 달라붙고 산소는 통과하는 물질인 제올라이트나 얇은 막을 사용한다.

그러나 고농도의 산소를 직접 마시거나 장기간 사용하면 폐에 심각한 질병을 일으킨다.

경희대 의대 분자생물학교실 김성수 교수는 "폐질환 환자가 아닌 정상인이 고농도의 산소를 장기간 들이마시면 폐 세포가 굳는 등 심각한 병을 얻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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