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준, 한국신 '바람'… 남자 육상 5000m에서 19년 만에 0.46초 당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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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기대주 지영준(25.코오롱.사진)이 19년 묵은 남자 육상 5000m 한국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지영준은 10일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린 호크렌 육상 디스턴스챌린지대회 남자 5000m 결승에서 13분49초99의 기록을 세우며 4위로 결승선을 통과, 백승도(현 삼성전자 코치)가 1987년 10월 세웠던 종전 한국기록(13분50초35)을 0.46초 앞당겼다.

이날 한국신기록 수립으로 '마라톤 명가' 코오롱은 라이벌 삼성전자 육상단에 다시 한 발 앞서 나갔다. 장거리선수 육성을 위해 재작년 억대 연봉을 주고 일본인 무라오 코치(일본)를 영입한 삼성전자가 별다른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반면, 지난해 8월 일본 감독을 사령탑으로 앉히며 부활을 선언한 코오롱은 채 1년도 안 돼 대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진장옥 육상경기연맹 마라톤기술위원회 위원장은 "5000m와 1만m는 42.195㎞를 달리는 마라토너에게 있어 순간 스피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필수 능력"이라며 "지영준의 이날 기록은 마라톤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육상연맹은 지영준이 12월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 마라톤에서 메달을 획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영준은 2003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8분43초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일찌감치 이봉주(삼성전자)의 뒤를 이를 재목으로 주목받았던 선수. 그러나 2004년 아테네올림픽 출전 이후 부상으로 인한 성적 부진과 팀 내 불화 등으로 슬럼프에 빠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나가타 고이치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새롭게 훈련을 시작한 지영준은 지난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12분8초의 기록으로 국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내며 부활을 예고했다.

나가타 감독은 "지영준은 자질과 잠재력에서 일본의 톱클래스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면서 "가까운 장래에 2시간 6~7분대의 기록도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지영준은 "12월 아시안게임 출전은 처음이지만 최선을 다해 아시안게임 5연패를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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