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연 영화가 수익 더 많이 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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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흥행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흥행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여성을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가 남성 주연 영화보다 흥행 성적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에이전시인 CAA와 시프트7이 발표한 통계를 인용, 지난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흥행한 영화 350편 중 제작비와 상관없이 여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냈다고 전했다.

지난 2014년 1월부터 2017년 사이에 전세계 흥행 실적 기준으로 상위권에 오른 350편의 할리우드 영화가 집중적인 분석 대상이었다. 흥행 데이터 수집 업체인 그레이스노트 스튜디오 시스템은 영화를 소개하는 공식 보도자료에서 여배우의 이름을 가장 먼저 언급한 영화를 여성 주연 영화로 정의한다.

분석 대상에 오른 350편 가운데 여성 주연 영화로 분류된 작품은 105편이었고 남성 주연 영화는 245편이었다.

또한 영화 산업의 성차별을 지적하기 위해 고안된 '벡델테스트'를 통과한 영화가 그렇지 않은 영화보다 더 흥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벡델테스트'는 지난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엘리슨 벡델이 영화가 얼마나 남성 중심적인지를 측정하기 위해 만든 테스트 방법으로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 두 명 이상 등장할 것’, ‘이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눌 것’, ‘남성 외에 다른 주제에 대해 대화할 것’ 이 세 가지 기준을 가지고 측정한다.

통계가 작성된 3년 동안 출시된 영화 중에서는 '벡델테스트'를 통과하지 않고 10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거둔 영화는 없었다.

그러나 할리우드에서 여배우들이 주연으로 캐스팅되기란 여전히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샌디에이고 주립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여배우들이 단독 주연을 맡은 영화는 4분의 1에 불과했고, 주요 등장인물을 맡은 경우도 3분의 1에 그쳤다.

이러한 점에서 NYT는 이번 CAA와 시프트7이 실시한 연구가 할리우드에 여성들과 유색인종을 더욱 많이 출연시키도록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CAA는 지난해에도 다양한 민족이 캐스팅된 영화가 개봉 주말 더 흥행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한 바 있다.

한편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일수록 남성 주연 영화가 많았다. 1억 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를 살펴보면 75편이 남성 주연 영화였고 여성 주연 영화는 19편에 불과했다.

종전에 발표된 전문적 연구에서도 흥행 실적 상위권에 속한 할리우드 영화에 이와 유사한 양성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최근 한국에도 과거 드물었던 여성 주연 영화가 잇달아 개봉하면서 흥행을 거둬 여성 배우의 무대가 넓어지고 있다.

아동 학대 내용을 다룬 한지민 주연 ‘미쓰백’은 우려를 뒤엎고 손익분기점을 돌파했으며. 신인 김다미를 내세운 ‘마녀’는 많은 팬들을 거느리며 누적관객 319만 명을 달성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벌인 법정투쟁 ‘허스터리’는 팬덤 ‘허스토리언’이 생기면서 단체관람 릴레이, 상영관 확대 운동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한 현재 상영 중인 1997년 IMF(국제 통화기금)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김혜수 주연의 ‘국가부도의 날’은 10일 기준 손익분기점을 넘고 30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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