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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GP 상호검증…문 대통령, 청와대 지하벙커서 지켜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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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현장검증반이 한국 감시초소(GP)를 검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현장검증반은 이날 남북 시범철수 GP를 연결하는 오솔길을 통해 이동했다. 오전에 우리군이 북한 GP 철수현장을, 오후에는 북한군이 한국 GP 철수현장을 각각 방문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강원도 철원 중부전선에서 북한군 현장검증반이 한국 감시초소(GP)를 검증하기 위해 군사분계선을 넘고 있다. 현장검증반은 이날 남북 시범철수 GP를 연결하는 오솔길을 통해 이동했다. 오전에 우리군이 북한 GP 철수현장을, 오후에는 북한군이 한국 GP 철수현장을 각각 방문했다. 철원=사진공동취재단

남북이 9ㆍ19 군사합의에 따라 시범적으로 철수 또는 파괴한 각 11곳의 감시초소(GP) 등 모두 22곳에 대한 상호검증을 12일 실시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상대방의 중요 군사시설인 GP를 들여다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날 남북의 GP 현장검증반은 비무장지대(DMZ) 안의 사전 약속장소인 연결 지점에서 만났다. 서로 담배를 권하는 우호적인 분위기였다고 한다. 이후 상대측 안내를 받으며 GP로 걸어갔다. 남북은 상호검증 방문을 위해 GP로 향하는 1㎞ 안팎의 오솔길을 만들었다. 앞서 북한은 지난 9일부터 연결지점에 ‘군사분계선’이라고 쓰인 노란 팻말과 노란색 깃발을 꽂았다.

북 지하 10m 길이 100m 갱도 확인 #남북 장병 담배 권하며 화기애애

남북은 GP마다 대령급(북한군 대좌급)이 팀장을 맡아 7명으로 이뤄진 현장검증반을 투입했다. 이날 오전 9시 2분쯤 노란띠를 두른 한국군 현장검증반이 먼저 MDL을 넘어가 북한 GP를 검증했다. 오후 2시엔 북한군 현장검증반이 MDL을 건너와 한국 GP를 살펴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오후 청와대 지하벙커(국가위기관리센터)에 내려가 GP 현장 검증작업을 생중계로 지켜봤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화상회의를 통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육군의 박종진 제1야전군사령관, 김운용 제3야전군사령관으로부터 진행 상황을 보고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번 상호간 GP 철수 또 상호 검증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남북의 65년 분단사에 새로운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남북 양 정상 간에 합의를 양측 군이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오늘의 신뢰에 이르렀는데, 이러한 신뢰야말로 전쟁 없는 한반도 실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철수ㆍ철거된 북한의 GP는 대부분 지하 10m 깊이로, 100m 정도 길이의 지하갱도 시설도 갖추고 있었다. 지난달 20일 북한이 시범철수 대상 GP를 폭파하는 동영상에서 지하갱도를 따라 산등성이 80m 길이 구간까지 폭파하는 게 목격된 적 있다. 그래서 북한 GP의 지하갱도까지 완전히 파괴됐는지를 정밀히 조사하는 게 상호검증의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한국군 현장검증반은 지하 구조물을 탐지하는 장비를 가져갔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이번 GP 상호검증 방문은 규모가 크고 범위가 넓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급적 빨리 열어 DMZ의 모든 GP 철거를 논의하자고 북한에 제안할 방침이다. DMZ 안의 GP 숫자는 남측 60여개, 북측 160여개 정도다.
이철재ㆍ위문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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