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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 내준 SKT, 5년만에 대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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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SK텔레콤이 11일 기존의 ‘뮤직메이트’를 업그레이드 한 음원 서비스 플랫폼 ‘플로(FLO)’를 출시하면서 멜론이 독주하고 있는 국내 음원 시장에 재도전을 선언했다. 2013년 지주회사 규제로 인해 사모펀드에 멜론을 ‘울며 겨자먹기’로 매각(2659억원)했던 SK텔레콤이 5년의 절치부심 끝에 ‘멜론’을 뛰어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음원시장 50% 장악 카카오 겨냥 #AI 활용한 음악플랫폼 ‘플로’ 출시 #3개 캐릭터 취향 맞춰 곡 자동추천 #월 3000~4000원대에 이용 가능

SK텔레콤은 그동안 카카오와 손을 잡고 모바일과 자사의 인공지능(AI)스피커를 통해 멜론을 서비스해왔다. 적과의 동침이었던 셈이다. 이에 KT와 LG유플러스 연합군은 ‘지니 뮤직’ 서비스로 SK텔레콤-카카오 연합을 견제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음원 시장 기준, 멜론의 시장 점유율은 50%, 지니뮤직은 24% 정도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적자(嫡子)인 ‘플로’를 출시하면서 이러한 판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당장 SK텔레콤은 새로 출시한 ‘플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반값 음악’ 카드를 들고 나왔다. 자사 고객(T멤버십)이 ‘플로’의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에 가입할 경우 월 요금 6900원을 50% 할인해 준다(월 3450원). SK텔레콤을 통해 유통되는 ‘멜론’의 경우는 할인율이 30%에 불과해 무제한 스트리밍 상품(월7900원)의 월 이용요금은 5530원이다. 지니뮤직은 6800원이다.

여기에 ‘플로’는 3가지 캐릭터를 통한 AI 자동추천 기능을 탑재했다. 이용자가 아이디 하나 당 최대 3개까지 캐릭터를 만들어 분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출근할 때, 운동할 때, 아이에게 음악을 들려줄 때 등 상황에 맞는 캐릭터를 설정하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음악 감상 이력이 캐릭터별로 따로 따로 축적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AI가 음악을 추천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추천이 가능하단 게 SK텔레콤의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저녁 시간 아이를 위해 동요를 틀어주던 부모가 출근 길에 동요를 추천 받는 일 없이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ICT 기업의 발걸음도 분주하다. KT와 LG유플러스가 1·2대 주주였던 ‘지니뮤직’은 올 7월 CJ ENM의 자회사인 CJ디지털뮤직을 합병했다. ‘네이버뮤직’을 서비스 하는 네이버 역시 올 6월 ‘바이브(VIBE)’를 런칭한 데 이어 최근 네이버뮤직을 바이브로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네이버는 자사의 결제시스템인 ‘네이버페이’를 통한 이용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이렇게 음원 서비스 시장을 둘러싼 국내 ICT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한 이유는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서비스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콘텐트가 음악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음악은 AI 스피커의 핵심 서비스이자 스마트폰, 차량내 엔터테인먼트 등의 서비스에 반드시 필요한 콘텐트”라고 말했다. 실제 SK텔레콤의 AI 음성 서비스인 ‘누구’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능은 음악 감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9월 기준, 전체 이용자 37.6%가 음악 감상을 위해 AI 스피커 누구를 사용했다. 여기에 AI 서비스는 가정용 기기나 차량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음원 서비스 플랫폼들은 AI 분석을 강화하는 추세다. 지니뮤직은 지난 10월 ‘뮤직Q’ 라디오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용자의 음악감상 이력을 AI 기술로 분석해 이용자의 성향에 맞는 음악 라디오 채널을 제시해 주는 서비스다. 네이버도 “AI 추천기능을 중심으로 한 ‘바이브’로 기존 네이버 뮤직을 통합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SK텔레콤이 ‘플로’를 통해 기존 시장의 판도를 뒤엎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현재 국내 음원 서비스 시장은 유튜브 등 전혀 다른 형태의 음악 서비스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음악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 판도 변화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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