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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황당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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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고 선수들이 돈 문제로 훈련을 거부하고, 경기 직전 감독이 사임하는 황당한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이보다 더 믿기 힘든 일도 일어났다. 왜, 월드컵이니까.

74년 서독월드컵에 자이르(현 콩고)를 월드컵에 진출시킨 유고 출신의 비디니치 감독은 자이르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조별 예선 리그에서 자이르와 비디니치 감독의 모국인 유고와 한 조가 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자이르의 모부투 대통령은 비디니치가 일부러 유고에 질 것으로 의심했다. 그는 체육부장관에게 감독대행을 지시했다. 자이르는 0-9로 대패했다. 장관은 경기 후 사임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지역예선을 치르던 69년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는 전쟁을 치렀다. 국경과 불법 이주민 문제로 심한 분쟁을 겪던 양국이었지만 축구가 뇌관이 됐다. 엘살바도르는 온두라스와의 지역예선 경기에 패해 월드컵 티켓을 얻지 못하자 '온두라스 팬들이 엘살바도르 선수단 숙소 앞에서 밤새 소란을 피워 숙면을 방해했기 때문에 졌다'고 여겼다. 양국 팬들의 폭력사건이 이어졌고 엘살바도르가 온두라스에 선전포고했다.

54년 스위스 월드컵 8강전 브라질-헝가리전에서는 브라질 선수가 선취골을 넣은 헝가리 선수의 바지를 벗겼다. 이후 경기 내내 난투극이 벌어졌다. 경기 후 브라질 선수들은 병을 들고 헝가리 라커에 침입, 2차 대전을 벌였다.

94년 미국월드컵에서 자책골을 넣은 콜롬비아 수비수 에스코바르는 귀국 후 4인조 강도에게 무려 총알 12발을 맞고 사망했다.

월드컵이 아니라면 믿기 힘든 오보 사건도 있다. 60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축구 강국 잉글랜드가 미국에 0-1로 졌다. 그러나 잉글랜드 언론들은 자국팀이 미국에 졌을 리가 없다고 믿었다. 기록이 거꾸로 기재된 것으로 여긴 그들은 1-0 승리로 오보를 날렸다. 미국 언론은 그보다 더 했다. 그렇게 적은 점수 차로 진 것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0'이 하나 빠졌을 거라고 여겨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10-0 대패로 보도했다.

94년 브라질의 골게터 호마리우는 아버지가 강도들에게 납치당하자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으면 월드컵에 나가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강도들은 즉시 호마리우의 아버지를 풀어줬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축구협회 직원이 출전 신청서를 잊어버려 58년 스웨덴 월드컵 지역예선에 나가지 못했다. 거리 응원이 한창이던 2002년엔 화장실에 가기가 쉽지 않았다. 시청 부근 약국에서 노인용 요실금 팬티가 많이 팔렸다는 보도도 나왔다.

78년 월드컵을 개최한 아르헨티나는 결승 진출이 걸린 페루와의 경기 직전 대통령이 페루 라커룸을 방문했다. 아르헨티나는 페루에 6-0으로 이겼고 우승했다. 월드컵 후 아르헨티나는 페루의 부채 5천만 달러를 탕감해 줬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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