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은 매달 북한발 빅 이벤트, 12월만 공란으로 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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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에서 전무후무한 ‘연중 매달 빅 이벤트’의 기록이 올해 만들어질지가 곧 확정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답방이 성사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데 북한이 가타부타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시간이 흐를수록 기록 수립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이달 20일을 넘기면 북한도 결산이나 신년사 준비 등의 내부 정치 일정으로 바쁜 만큼 답방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 정부의 김정은 위원장 초청 응답 늦어져

청와대가 최근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수하는 대형 그림. 최승식 기자

청와대가 최근 청와대 사랑채 앞에 설치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악수하는 대형 그림. 최승식 기자

북한은 지난 1월 1일 김 위원장이 한 해의 계획을 밝히는 신년사에서 남북 관계 복원 의지를 공언하면서 평창 겨울 올림픽 참가하겠다는 뜻을 비쳐 ‘매달 빅 이벤트’의 시작을 예고했다. 불과 두 달 전인 지난해 11월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던 북한이 평창 올림픽 참가라는 국면전환 카드를 전격적으로 꺼내든 것이다. 다음달인 2월 평창 겨울 올림픽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내려와 참석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청와대에 들어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다. 3월엔 문 대통령의 특사가 평양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에 합의했다. 4월과 5월, 9월은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달이다. 6월은 역사상 첫 북ㆍ미 정상회담이 성사됐고, 7월엔 미군기가 원산항에 들어가 미군 유해를 싣고 나왔다. 8월엔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리더니, 10월은 10ㆍ4 남북정상회담 11주년 기념식이 열려 남측의 정치인, 정부 당국자, 재계 인사들이 대거 평양 땅을 밟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카펠라호텔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AP 연합]

. 11월은 남북 간 군사합의 이행이 시작되면서 비무장지대 GP(감시초소) 폭파와 공동 지뢰제거 등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이처럼 남북 관계, 북미 관계에서의 큰 행사가 잇따른 것은 문 대통령이 남북 관계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ㆍ미 대화를 전격 수용하면서 궁합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북한이 지난달 20일 시범철수 대상인 10개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폭파 방식으로 파괴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북한이 지난달 20일 시범철수 대상인 10개의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를 폭파 방식으로 파괴하고 있다. [사진 국방부]

그런데 2018년 ‘빅 이벤트’의 마지막인 김 위원장의 답방을 놓곤 아직도 오락가락이다. 정부는 이미 북측에 이달 중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고, 지난 주말(8∼9일)을 시점상 북한이 연락을 해오는‘마지노선’으로 봤다고 한다. 정부 당국자는 “정부가 나름 충분한 준비를 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이 답방할 경우 경호나 의전 등 남북이 공동으로 점검하는데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 당국자는 “올해를 결산하는 12월에 김 위원장이 답방한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수 있다”며 “김 위원장이 막판 고심을 하는 듯한데 올해를 잘 마무리하고, 내년엔 실질적인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만큼 마지막 끈을 놓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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