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런친」작품 17년만에 공연|소 레닌그라드 키로프 발레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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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2월 21일 소련 레닌그라드의 키로프발레는 소련 출신의 전설적인 안무가였던 「조지·밸런친」(1904∼1983)의 작품『스코치 심퍼니』와『주제와 변주곡』을 무대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밸런친」이 24년 서방 세계로 이주하기 전인 20년대 초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댄서로 무대에 섰던 그 유명한 마린스키극장에서 였는 데 서방세계에서는 오늘날에도「밸런친」하면 키로프 발레를 연상할 만큼 키로프의「밸런친」공연은 관심을 모았다.
키로프발레는 볼쇼이보다 서방세계에는 덜 알려져 있지만 소련 국내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2대 발레단으로서의 명성을 얻고 있다. 그런데 이키로프발레의「밸런친」작품 공연에는 2명의 미국여성이 참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단원들과 예술적 기질·테크닉·작품해석 등이 서로 달라 어려움이 많았다고 고백. 소련 댄서들은 유연성이 뛰어나고 새로운 원칙에 충실해 연습을 했지만「밸런친」 의 테크닉은 오히려 그들에겐 낯선 것이었다는 것이다.
「밸런친」은 『주제와 변주곡』에서 아카데믹한 기교를 중심으로 속도감을 높이고 포즈가 큰 몸짓으로 장엄한 춤을 만들고 있다.
소련 출신 댄서「미하일·바리시니코프」조차 그가 춘 작품 중 가장 어려운 것이 였다고 고백한 작품이었다.
대체로 소련발레는 속도감이 느리고 공증으로 떠오르는 테크닉이 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밸런친」작품은 다리에 중점을 두어 작고 날카로운 동작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보통 소련작품은 온몸 전체로 추는 것이라 힘들었습니다』『주제와 변주곡』에 출연한 소련 발레리나 「아실무라토바」의 얘기다.
이번「밸런친」의 작품공연은 현재 키로프의 예술감독인「오레그· 비노그라도프」의 주선에 의해서 였다. 그는 72년 뉴욕시티 발레를 이끌고 소련 순회공연을 하고 있던「밸런친」을 만났고, 그때 이미 언젠가 그의 작품을 공연하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이다. 그 당시「유리·그리고로비치」(현 볼쇼이 감독)등 젊은 감독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밸런친」의 작품은 소련 안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도 단지 백과사전에 이름이 나와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 꿈을 이루는데 17년이 걸린 것이다. 이들 키로프 발레는 오는 7월「밸런친」의 작품으로 25년만에 뉴욕의 메트러폴리턴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서 뉴욕 관중의 심판을 받는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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