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부분’과 ‘부문’은 구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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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연말을 맞아 요즘 TV에서는 각종 시상식이 열리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가요·연기 등 방송·연예 관련 시상식이 많다. 시상식 행사를 보다 보면 진행자가 수상자를 호명할 때 ‘신인상 부분’ ‘인기상 부분’ ‘최우수상 부분’ 하는 식으로 ‘부분’이라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기에서 ‘부분’이 맞는 말일까?

‘부분’은 전체를 이루는 작은 범위 또는 전체를 몇 개로 나눈 것의 하나를 뜻한다. 사과를 세 쪽으로 자르면 나누어진 3개가 각각 부분이 된다. 사과의 썩은 면적이 있다면 그것은 썩은 부분이다. “썩은 부분을 잘라내고 깎아라” “우리 몸에서 추위를 가장 잘 타는 곳은 목 부분이다” 등처럼 사용된다. ‘부분’의 의미나 쓰임새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분야는 ‘부분’이 아니라 ‘부문’이라고 해야 한다. ‘신인상’ ‘최우수상’ 등과 같이 일정한 기준에 따라 나누어 놓은 범위나 갈래를 뜻하는 말은 ‘부문’이기 때문이다. 문화·예술·학술 등에서 분야를 나누어 놓은 것은 모두 ‘부문’이라고 불러야 한다. 제조업 부문, 경공업 부문, 중공업 부문 등도 정해진 기준에 의해 인간이 분류해 놓은 것이므로 ‘부문’이라고 한다. 정부 부문, 공공 부문, 민간 부문, 해외 부문, 건설 부문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연말 시상식에서 상을 주는 분야는 모두 ‘부문’이다. ‘부분’이 나올 일은 없다. 사회자가 ‘부분’이라고 했다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작가가 처음부터 ‘부분’이라고 적어 놓은 경우와 ‘부문’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진행자가 ‘부분’이라고 잘못 읽는 경우다. 아마도 ‘부문’이라 써 놓았는데도 사회자가 이것을 대충 ‘부분’으로 읽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문’의 개념이 없다면 ‘부분’이라 하기 십상이고 ‘부문’의 발음이 잘 되지 않다 보니 편리하게 ‘부분’이라 했을 수도 있다. 어느 경우든 시상식에서 ‘부분’이라고 호명하면 다소 체면이 깎일 수 있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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