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반공관계법 정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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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문익환 목사의 돌연한 평양방문이 커다란 충격과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과 함께 정부의 문목사 귀국후의 법적 처리 강행이 정치권에 또 다른 파장을 몰고 올 것 같다. 야당 일각은문목사의 허가 없는 방북에 유감의 뜻을 표시하면서도 정주영 회장의 경우와 비교, 정부의 국가보안법 선별 적용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재야에서도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남북관계접촉과 교류에서 적용할 확고한 원칙을 정작 정해두었거나 국회가 국가보안법과 대외무역법 등의 개폐작업을 통해 관계법을 정리해 두었던들 이 같은 논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야당과 재야측이 정회장의 방북을 예를 들어 법적용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데 대해 정부는 정회장 방북이 정부의 사전승인을 방아 이루어졌고 이는 국가원수의 통치행위에 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의 승인이 있었던 것과 없었던 것, 경제교류를 위한 협의와 정치적 협의라는 점에서 정회장·문목사의 경우가 명백히 다르고 문목사의 경우는 보정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일이기 때문에 사법처리는 불가피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승인이 없는 경제교류협의, 정부승인이 있는 정치협의의 경우와 더욱이 그 구별이 명확치 않을 때에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법적으로 설명할 것이냐는 의문이 남게 되는 점이다.
정부정책, 그 중에서도 대북한 정책을 변화시켰으면 그에 수반되는 실정법 또한 거기에 맞추어야 마땅하다.
정부가 7·7선언에서 북한을 동반자관계로 못박고 통일논의의 자유화와 개방정책울 천명했으면 이 선언의 법률적·제도적인 뒷받침이 뒤따라야 하고 반공관계법의 재검토와 개폐도 수반되었어야 한다.
국가보안법만 해도 북한 공산집단을 반 국가단체로 규정하고 그와 연관되는 각종 행위를 반국가적 범죄로 처벌하게끔 되어 있는데 정부가 반국가 단체를 상대로 변화된 정책수행을 하는 것은 통치권에 속한 정당행위라 할지라도 국민 감정에 혼선을 빚게 마련이다. 물론 국가 보안법의 근본정신이 북한의 대남 적화전략을 이롭게 하거나 동조·찬양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고 정부의 정책수행을 위한 행위나 승인한 행위는 위법성이 없다고 하지만 법의 일원적 적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사실 정부의 유엔 동시가입과 쌍방 최고책임자회담제의는 상대방을 반국가단체라는 종전의 주장을 철회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런데도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둠으로써 물자교류는 국가보안법상 금품수수와 자진지원 등의 범죄가 되고 왕래·접촉 등이 회합·통신 죄가 구성 될 수 있는 모순을 드러내게 된다. 또 이런 모순은 법의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을 해치고 법이 지녀야할 권위와 신뢰까지도 떨어뜨리게 된다.
정부·여당이 앞서 국가보안법대신 「자유민주주의 체제수호를 위한 법」으로 명칭을 바꿔 금품수수와 잠입·탈출·찬양·고무 등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할 「목적범」만을 처벌토록하는 개정안을 마련, 국회에 계류중이다. 정치권은 또 다른 문목사 사건을 사전에 막고 남북화해와 민주주의체제 수호를 동시에 기할 수 있는 관계법 재정비를 서둘러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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