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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배경 분석해 은신처 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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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한 이라크인이 심한 부상을 입은 채 여전히 살아 있었다. 이라크 저항세력 최고지도자로 알카에다 간부인 아부 무사브 알자르카위였다. 그러나 움직임은 곧 멈췄다. 측근 5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3년여 미군과 이라크 당국의 집요한 추격을 받아왔던 알자르카위는 이렇게 숨졌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은 "이번 작전은 정말 길고도 고통스러웠으며 인적자원과 전자전, 정보전의 종합판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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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자르카위, 어떻게 추적당했나=미군이 지난 3년간 벌인 알자르카위 추적 작전은 실패의 연속이었다. 수차례에 걸친 공습 직후 사망소식이 전해지긴 했지만 모두 오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알자르카위가 결정적인 단서를 남겼다. 그는 4월 25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인터넷에 비디오 성명을 공개했다. 미군은 바그다드 남부의 저항세력 은신처를 공격했을 때 화질이 좋은 비디오테이프를 입수했다. 이 비디오에는 알자르카위가 사막에서 기관총을 들고 사격하는 장면이 들어 있었다. 알자르카위를 잘 알고 있는 요르단 정보기관의 도움으로 배경의 사막이 바쿠바 인근 지역으로 밝혀졌다. 은신지역이 대충 파악되면서 작전은 보다 치밀하고 은밀하게 진행됐다. 은신 가옥 인근 주민들의 제보도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요르단에서 체포된 알자르카위 측근도 입을 열었다. 은신 장소가 재확인되고 알자르카위의 최측근인 셰이크 압둘라만의 소재가 파악됐다.

◆ 정밀 폭격=미군은 7일 오후 6시15분 미행하던 압둘라만이 알자르카위의 은신 가옥으로 들어가는 것을 포착했다. 즉시 공습 명령이 내려졌다. 공격용 헬기와 지상병력이 이미 주변에 배치된 뒤였다. 10여 분도 안 돼 나타난 F-16 전투기 2대는 차례로 레이저 유도 정밀폭탄인 GBU-12와 GBU-38을 주택에 명중시켰다. 이라크 주둔 미군 대변인격인 윌리엄 콜드웰 소장은 "몇 주간 심혈을 기울여 진행한 정보전의 개가였다"며 "알자르카위의 행적에 대해 처음으로 100% 확신이 든 것은 7일 오후 늦게였다"고 말했다. 공습 직후 주변에 배치됐던 이라크군이 먼저 도착했다. 이라크군은 알자르카위로 추정되는 인물이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들것으로 옮겼다. 그러나 잠시 뒤 미군 특수부대원이 도착한 직후 그는 숨졌다. 미군은 시신의 신원확인 작업에 나섰다. 최근 사진과 시신의 모습을 대조하고 지문 확인 작업도 벌였다. DNA 검사도 실시했다. 이후 8일 오전 3시 반쯤 지문이 일치됨을 확인하자 이라크군 당국은 이 사실을 미 국방부와 이라크 정부에 알렸다.

◆ 이라크 총리에게 발표 맡겨=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알자르카위가 사망한 지 약 5시간이 지난 7일 오후 4시35분(한국시간 8일 오전 5시35분) 이 사실을 보고받았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미군의 공습으로 알자르카위가 사망한 것 같다"고 하자 부시 대통령은 "그거 참 좋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이 8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발표는 이라크 땅에서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스노 대변인은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알카에다는 살육을 계속할 것이므로 우리에겐 넘어야 할 장애가 많은 만큼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카이로=이상일.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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