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전후 한 달 사이 43% "대선 지지후보 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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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후보 중 이명박 서울시장 지지자는 박근혜 대표 쪽으로 움직였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 의장 지지자는 대부분 고건 전 총리를 선택했다. '빅3' 구도가 강화된 것이다. 이는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가 공동 기획한 전국 유권자 대상 두 차례의 패널여론조사에 따른 것이다.

지방선거를 치른 한 달 사이에 지지하던 대선후보를 변경했다는 응답은 43%에 달했다.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동영 전 의장의 지지자는 무려 76%(55명)가 변경했다고 답했는데, 이들 중 절반가량(25명)이 고건 전 총리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탈자 중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자 14명을 제외하면 정 전 의장 지지자 대부분이 고 전 총리 쪽으로 이동한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이득을 본 후보는 박 대표였다. 지방선거를 진두지휘하고 테러까지 당하면서 당내 최대 라이벌인 이 시장과의 역학관계에서 세를 취했다.

이 시장 지지에서 이탈한 74명 중 39명이 박 대표 지지로 돌아선 데 비해, 박 대표에서 이 시장으로 지지를 변경했다는 사람은 19명에 그쳤다. 지지 후보를 박 대표로 바꾼 사람 중 31%는 박 대표 피습사건이 후보 지지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이 시장으로 지지를 바꿨다는 사람들 중 박 대표 피습사건에 영향을 받았다는 응답의 2배에 해당된다.

고 전 총리는 정 전 의장 지지자의 다수를 확보했지만 전체 지지율 변화에서는 별로 득을 보지 못했다. 지지층 일부가 박 대표와 이 시장 쪽으로 이동했고, 지지 유보로 옮겨간 사람도 있었기 때문이다. 고 전 총리가 여전히 변화의 중심에 서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두 후보와의 경쟁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확인됐다.

박 대표와 이 시장 지지 변화는 주로 보수층과 한나라당 지지자 사이에서 일어난 데 비해, 고 전 총리는 진보층과 열린우리당 지지자를 포함한 전 계층과 정당에 걸쳐 지지도가 움직였다.

결국 앞으로의 대선구도와 지지도 추이는 정당 내, 정당 간 경쟁(Intraparty & Interparty Competition)에 따라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서강대 이현우 교수

◆ 조사 어떻게=5월 11일 1차에 이어 6월 5일 실시된 2차 전국 패널조사에선 지방선거가 대선 후보 지지도와 대선구도에 끼친 영향력을 집중 분석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는 전국의 만 19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했다. 최대 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 지방선거 패널 여론조사 연구팀 명단

▶동아시아연구원=이내영(팀장.고려대), 김병국(EAI 원장.고려대), 강원택(숭실대), 김민전(경희대), 김장수(고려대), 서현진(성신여대), 이현우(서강대), 임성학(서울시립대), 정원칠(EAI), 정한울(EAI)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 박종선 과장 ▶SBS=현경보 차장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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