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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멈춰서는 지하철… “출근길이 두렵다”

중앙일보

입력

“‘지하철을 타면 제 시간 안에 도착한다‘는 믿음이 깨졌다. 지하철이 아니라 ’지각철‘이다.”
직장인 조한웅(46)씨는 “요즘 지하철 타기 겁난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난 10월 24일 오전 지하철 2호선 사당행 열차를 타고 출근하다가 목적지가 아닌 곳에서 내려야 했다. 열차가 낙성대역에서 멈춰 섰기 때문이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열차 출입문이 닫히지 않는 고장이 원인이었다.

7일 8호선은 중단, 7호선은 지연 #10월에만 2·3·4호선 잇따라 멈춰 #객차 20년, 전기 등 시설은 40년 넘어 #"노후 시설 정비에 투자 제대로 안돼"

서울 지하철이 멈춰 서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열차 고장이나 열차 출입문 고장, 전력공급 차단 등 원인도 다양하다. 지연 운행도 빈번하다. 전문가들은 “노후한 열차와 시설을 교체하거나 유지·보수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10월 29일 오전 6시10분쯤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당고개 방향 열차가 고장나 역무원이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있다.[뉴스 1]

10월 29일 오전 6시10분쯤 지하철 4호선 이촌역에서 당고개 방향 열차가 고장나 역무원이 시민들에게 이를 알리고 있다.[뉴스 1]

7일 오전에는 8호선과 7호선에서 열차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돼 출근길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7시 58분쯤 8호선 암사역 방향 열차가 운행이 중단됐다. 원인은 열차 고장(출력 불능)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전 9시까지 7호선 장암행 열차는 10분, 온수행·부평구청행 열차는 20분간 지연 운행됐다. 해당 구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측은 “열차 고장은 아니고, 승객이 많이 몰려 열차 한 대가 지연되면서 연쇄적으로 지연된 것 같다”는 입장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시민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7호선 또 지연되네. 지하철 때문에 지금 지각을 몇 번 하는지도 모르겠다’ ‘8호선 고장 소식 들리자마자 7호선 연착?’ ‘8호선 고장 때문에 20분째 기다리고 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지하철 4호선과 3호선 열차도 운행이 중단됐다. 10월 29일 오전 6시쯤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이촌역으로 진입하던 중 역사 안 터널에 멈춰 섰다. 갑자기 전력 공급이 되지 않은 게 원인으로 전해진다. 이보다 앞선 지난 6월엔 4호선 당고개행 열차가 출입문 고장으로 조치역 인근에서 멈추기도 했다. 4호선은 당고개역부터 남태령역까진 서울교통공사에서 관리하고, 선바위역부터 오이도역까지는 코레일에서 관리하고 있다.

지하철 3호선 대화~구파발 구간의 양방향 운행이 중단된 2일 아침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서울로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고양=연합뉴스]

지하철 3호선 대화~구파발 구간의 양방향 운행이 중단된 2일 아침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 버스정류장에 서울로 출근하려는 시민들이 지하철 대신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고양=연합뉴스]

3호선은 10월 2일 오전 대화역에서 구파발역까지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큰 불편을 초래했다. 이날 오전 4시 30분쯤 백석역 인근에서 운행 중이던 야간 작업 차량 고장의 여파였다. 이 구간을 운영하는 코레일 측은 “새벽 시간대에 선로 정비를 위해 투입된 야간 공사 차량이 고장 나면서 첫차 운행 시간인 오전 5시30분부터 운행이 중단·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김시곤 서울과기대 철도대학원 교수는 “현재 서울지하철의 열차는 절반 이상이 20년이 넘었고, 승강장의 전기 시설은 40년이 넘었다. 오래된 열차는 교체하고, 시설은 유지·보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실행하려면 돈과 시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열차 교체와 시설 유지·보수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열차가 새벽 1시까지 운행을 마친 후 오전 5시 30분에 다시 운행되면서 유지·보수를 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대중교통연구센터장은 “시민 안전을 위해 노후화된 열차와 시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는 데 투자와 시간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면서 “운영 구간 마다 관할이 다르다는 이유로 책임을 미루는 태도도 지양하고, 시민 편의를 최우선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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