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전, 독일 코스타리카에 4-2 완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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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린스만의 근심은 기우였다. 개막전 이변은 없었다. 독일이 10일 6만4000여 관중이 가득찬 가운데 뮌헨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6 월드컵 개막전에서 코스타리카를 4-2로 꺾었다.

클린스만 독일 감독의 얼굴이 환하게 펴지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 전반 6분 독일의 왼쪽 풀백 필리프 람은 수비수 두명이 지키고 있는 길목을 피해 페널티 박스 왼쪽 구석에서 힘차게 오른발을 휘둘렀다. '팀가이스트'(2006 독일 월드컵 공인구)가 이번 대회서 처음으로 골망과 포옹하는 순간이었다. 코스타리카 골키퍼 포라스는 골문을 향해 돌진하는 공에 손가락도 대지 못했다.

수비를 두텁게 서면서 완초페와 고메스 두명의 유능한 공격수에 의존한 코스타리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조직적이고 강인한 독일 미드필드와 수비라인을 돌파하기 위한 코스타리카의 전략적 선택은 오프사이드라인을 단숨에 무너뜨리는 것이었다. 완초페는 전반 12분 예의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독일 수비진을 뒤로 한채 골키퍼 레만과 일대일 상황을 맞이했고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가볍게 방향을 바꾼 슈팅은 골문 왼쪽 구석에 정확히 박혔다.

하지만 이는 전반 동안 코스타리카가 얻은 단 한번의 찬스였을 뿐이다. 양쪽 측면 공격과 과감한 중거리슈팅으로 코스타리카 스리백을 끊임없이 노크한 독일은 전반 17분 다시 한번 뮌헨 월드컵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오른쪽 엔드라인에서 포돌스키가 올린 크로스를 슈바인슈타이거가 오른발슈팅으로 연결했고 문전으로 쇄도하던 클로제가 빗나갈 뻔 하던 공의 위치를 왼발로 침착하게 방향을 바꿔 두번째골을 터트렸다.

전반을 2-1로 마친 클린스만 감독은 선발 출장멤버 그대로 후반을 시작했다. 람-메첼더-메르테자커-프리드리히로 이뤄진 독일의 포백은 후반에도 탄탄한 철옹성을 구축했다. 발라크를 대신해 출전한 보로프스키는 프링스와 호흡을 맞추며 중원을 지켰다. 좌우 측면의 슈바인슈타이거와 슈나이더는 수시로 자리를 바꿔가며 코스타리카 수비진에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클로제와 포돌스키는 빅-스몰스트라이커의 전형적이고도 위력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코스타리카 역시 스리백에 마린-세케이라-우마냐, 좌우 윙백에 곤살레스와 마르티네스, 중앙 삼각형 형태의 미드필더에 솔리스, 폰세카, 센테노, 공격 최전방에 완초페-고메스 등을 그대로 기용했다. 코스타리카는 더이상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고 마지막 극적 반전을 노리겠다는 계산으로 오히려 전반보다 더 두텁게 좌우 윙백을 수비 지향적으로 포진시켰다.

하지만 두텁게 선다고 골문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후반 16분 람이 왼쪽 구석을 돌파하며 올린 공을 클로제가 헤딩으로 연결했고 골키퍼를 맞고 나온 공을 재차 오른발슛으로 골대 상단으로 밀어넣었다. 3-1, 이제 독일이 축배를 드는 일만 남았다는 느낌이 들던 후반 28분 또다시 완초페가 번쩍 하고 빛을 발했다. 센테노가 미드필드에서 살짝 밀어준 공을 완초페는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로 공의 방향을 바꿔 레만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고 두번째 골을 터트렸다. 3-2로 불같은 추격전이 이어진 것. 팀의 세번째 슈팅이었고 완초페는 그중 두 번의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시켰다. 4만 관중이 모두가 초조하게 종료 휘슬을 기다리던 순간 독일의 중원 미드필더 프링스는 종료 3분을 남겨두고 미드필드 정면에서 통렬한 오른발 강슛으로 네번째 골을 터트리며 90분 개막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뮌헨=일간스포츠 이해준 기자 hjlee@ilg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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