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전으로 밀려난「5공 청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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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야가 「중평」연기 이후 5공 청산작업이라는 정치권의 숙제를 풀 생각은 않고 각기 내부 싸움만 계속하고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여권은 여권대로, 야권은 야권대로 각각 내부의 분열과 주도권 싸움에 휘말려 표류하고 있을 뿐 당면 최대 현안인 5공 청산을 위한 여야간 절충은 완전히 뒷전으로 밀려난 형세이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은 지난 20일 「중평」연기 담화에서 『지난 시대의 잘못을 청산하는 문제는 여야가 정치력을 발휘해 마무리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정당은 곧이어 재개된 5공 특위의 청문회에 불참하는 구태를 재연했을 뿐 아니라 내홍으로 떠들썩하기만 할뿐 5공 청산을 위한 진지한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야권도 사정은 비슷하다. 평민·민주당이 중평연기를 둘러싸고 상호 원색적 비방을 서슴지 않으며 주도권 다툼에 혈안인 감마저 느끼게 한다.
불신임 투쟁을 주장했던 민주당은『이제 「1노 3금」이 아니라 「3노1금」이 되었다』며 평민·공화당을 싸잡아 비난하고 「유일한 야당」임을 내세우고 있다.
중평 연기를 주장한 평민당은 이에 대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환상에 빠져 나라가 어떻게 돼도 좋다는 발상』이라며 민주당을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24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3김 총재회담 합의를 저버린 진의를 이해할 수 없다』며 평민·공화당이 추진하는 야 3당 총재회담도 불필요하다고 선언했다.
야 3당 공조는커녕 야당간 대화도 거부하겠다는 초 강경 자세다.
양 김씨의 정국주도 경쟁이 시국관의 차이를 넘어 감정 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야대의 국회를 통해 정부를 견제하라는 것이 국민의 선택이었다면 이제는 야권 지도부도 대승적 차원에서 중평연기에 대한 평가는 국민에게 맡기고 정치현안을 풀기 위한 절충과 협상에 들어가야 할 것이다.
야권은 내부다툼을 중지해 대 정부 견제와 투정의 전열을 재정비하고, 여권도 5공 청산의 실제적 작업에 진지하게 착수해야 『숙제는 미루고 싸움만 하는 정치권』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정치 지도자들이 말로만 「위민」한다 해도 관용 받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사실을 냉엄하게 인식할 때도 되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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