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장외정치」|이연홍 <정치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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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외정치」라고 하면, 그 사전적의미 보다도 흔히 여권사람들이 재야나 운동권사람들의 「운동성 정치」「거리의 정치」를 비판할 때 쓰는 말이다.
특히 5공화국시절에는 이 같은 범야권의 장외정치가 우리정치의 큰 몫을 차지했고 장외의 움직임이 곧바로 제도권인 장내로 옮겨오기도 했다.
6공화국 들어서도 전민련 등 각종재야단체가 등장하면서 그 같은 장외정치의 운동량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소야대라는 새로운 완충의 장이 마련되면서 장내와 장외가 혼재하는 가운데 장외정치가 직접적으로 장내에 미치는 영향력은 줄어든 게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야권에만 있는 줄 알았던 장외정치·막후정치가 여권내에서도 고개를 드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른바 「막후실력자」란 이름 아래 외지에 오르내리는가 하면 국내에 있는 외신기자들과의 회견내용이 외신을 타고 역류되어 들어오기도 한다. 정부나 금융계인사에 개입했다는 소문도 있고, 그들의 개인 사무실주변은 인산인해라는 소문도 나돈다.
외신이나 항간에서 말하는 소위 막후실력가란 사람이 우리사회의 정치원로나 정신적 지도자라면 그 같은 행동이 그렇게 돌출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정계원로도 종교지도자도 아닌, 심지어 정치에는 경험이 없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정가의 막후실력자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데 있다.
중간평가나 이른바 5공 핵심인사들의 처리문제에 관한 대통령 친·인척의 견해는 자칫 대통령의 의견으로 오해될 소지도 있고 인사문제 등에 관여했다면 인사권자의 위신에 문제가 되게 마련이다.
장내정치인의 움직임은 거의 언론에 의해 알려지고 그렇게되면 그에 대응하는 상대의 새로운 정치가 창출된다.
그러나 막후의 움직임, 더욱이 그 같은 움직임을 정치에 뜻이 있는 대통령의 친·인척이 막후실력자란 별명을 달고 움직이고 있다면 우리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데 비해 국민들은 과정은 모른채 결과만 알게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
그리고 자칫하면 이것이 5공 시절 친·인척들의 횡행을 연상시키게 할지 모른다. 벌써부터 「6공의 아무개」라는 소리들이 돌아다닌다는 사실은 엄연히 넘겨버릴 문제가 아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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