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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안 2A호 눈, 1호보다 4배 밝아 “국지성 호우 예보 능력 좋아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기상관측 위성 천리안 2A호가 지구 상공 3만6000㎞의 정지궤도에서 태양전지를 펴고 있는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연합뉴스]

기상관측 위성 천리안 2A호가 지구 상공 3만6000㎞의 정지궤도에서 태양전지를 펴고 있는 컴퓨터그래픽 이미지. [연합뉴스]

‘5, 4, 3, 2, 1, 0.’

첫 국산 정지궤도 기상위성 발사 #“관측주기 15분서 2분으로 단축 #황사와 화산재 구분도 가능”

5일 오전 5시37분(현지시간 4일 오후 5시37분)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의 기아나 우주센터. 발사를 알리는 안내음이 들리더니 이내 높이 54.8m에 이르는 아리안-5 ECA 발사체가 화염을 내뿜었다. ‘위성 분리’를 알리는 표지판에 불빛이 들어오자 통제동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국내 기술로 개발한 첫 정지궤도 위성 ‘천리안 2A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천리안 2A호는 이날 인도 통신위성 GSAT11과 함께 아리안 로켓에 실려 지구 상공 3만6000㎞의 정지궤도를 향해 날아올랐다. 2011년 7월 개발이 시작된 지 7년6개월 만이다.

천리안 2A호는 발사 25분 뒤 전이궤도에 들어섰으며, 30여 분 뒤 발사체에서 분리된 뒤 호주 동가라 지상국과 첫 교신을 했다. 위성 발사 성공을 알리는 신호였다. 전이궤도는 지구와 가깝게는 251㎞, 멀게는 3만5822㎞인 지점을 잇는 타원궤도다. 천리안 2A호는 발사 뒤 2주 후부터 고도를 높여 한 달 뒤쯤 목표한 정지궤도에 자리를 잡게 된다.

4일(현지시간)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이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의 우주센터에서 발사 브리핑을 하며 천리안 2A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4일(현지시간)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원장이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의 우주센터에서 발사 브리핑을 하며 천리안 2A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지궤도 위성은 한 지점을 계속 관찰할 수 있게 일정한 궤도에서 지구 자전과 동일한 속도로 움직이는 위성이다.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 만큼 현재 이런 정지궤도 위성 기술을 가진 나라는 미국·유럽연합(EU)·일본·인도·중국·러시아·이스라엘 등 7개국 정도다. 이번 천리안 2A호 성공으로 한국도 통신위성 등 다양한 정지궤도 위성을 개발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게 됐다. 다만 탑재체 개발에는 다른 기관의 협력이 필요하다. 천리안 2A호의 경우에는 기상 탑재체를 미국 위성기업 해리스에서 도입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국내 연구진은 2011년부터 천리안 2A호의 본체와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개발해 왔다. 최재동 항우연 정지궤도복합위성사업단장은 “독자 설계, 독자 제작이다 보니 설계 단계에서 제작 단계로 갈 때와 시험 과정 등에서 기존에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들이 나타났다”며 “이를 하나하나 발견하고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천리안 2A호는 동경 128.2도의 적도 상공 정지궤도에 머물며 테스트 과정을 거쳐 내년 7월부터 향후 10년간 한반도 주변과 우주의 기상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기존 천리안 1호는 해양·통신 기능까지 수행했지만 2A호는 기상 관측에만 집중한다. 1호보다 4배 더 밝은 카메라가 달려 있어 황사와 화산재 등을 구분할 수 있다. 1호가 보낸 영상은 태풍 중심부의 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2A호는 태풍의 눈 주변 소용돌이를 명확히 구분할 수도 있다. 김지영 국가기상위성센터 기상연구관은 “관측주기가 15분에서 2분 간격으로 대폭 줄기 때문에 급격히 발달하는 국지성 호우에 대한 대응 능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아나=공동취재단, 최준호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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