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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양승태 소환' 앞두고 美 반독점국 찾은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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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관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를 총괄하는 윤석열(58) 서울중앙지검장이 미국 출장을 간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전직 대법관 두 사람에 대한 영장심사가 진행되고, 이번 수사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임박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볼 수 있다.

3일부터 7일까지 미 법무부 출장 #공정거래법 담당 인사들과 미팅 #"미 반독점국은 별건수사 안한다" #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출장길에 오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출장길에 오른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뉴스1]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지검장은 지난 3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7일까지 워싱턴의 미 법무부 반독점국(Antitrust Division)을 방문하는 게 주목적이다. 윤 지검장의 출장엔 구상엽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도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출장은 지난 7월 법무부ㆍ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독점적 권한인 전속고발권 폐지를 끌어낸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중대 담합 사건의 경우, 공정위의 고발조치 없이도 검찰이 수사에 착수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만 통과하면 공정위가 1980년 이후 누려왔던 독점적 고발 권한은 사라지게 된다.

"미 반독점국은 별건 수사 안한다"

윤 지검장이 찾는 미 법무부 반독점국은 기업들끼리의 가격ㆍ입찰 담합(카르텔), 독점적 지위 남용 등을 조사한다. 미 이동통신업체 AT&T가 ‘미디어 공룡’ 타임워너를 삼키는 초대형 인수·합병(M&A)에 반대해 소송을 하는 것도 반독점국이다. 법무부 산하 조직이지만 한국으로 따지면 공정위 역할을 한다. 경제학 석ㆍ박사 소지자만 약 120명 이상 일할 정도로 전문성도 갖추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선 윤 지검장이 반독점국을 찾은 이유로 전속고발권 폐지 이후 반독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역할을 정립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편으론 검찰의 과도한 기업 수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실론적으로 검찰이 반독점 수사를 맡게 되면 ‘별건 수사’로 이어질까 봐 사람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미 반독점국은 정해진 범위에서만 수사하고 철저하게 별건 수사를 금하는 만큼 검찰도 이런 부분을 잘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지검장이 미 법무부 출장 중인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 김민상 기자

윤 지검장이 미 법무부 출장 중인 사실을 알리는 표지판. 김민상 기자

檢, 공정위의 현대모비스 '밀어내기' 고발 불기소 

대검 역시 전속고발권 폐지로 수사 총량을 늘리기보다는 공정위와 상호 협력ㆍ견제 관계를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대검 관계자는 “우리는 공정위처럼 단속을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며 “법에 따라 떳떳하게 기업활동을 하게끔 법률가로서 체크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권한을 갖는 게 기업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공정위는 그간 전속고발권을 매개로 자신들이 보유한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최근 김상조 공정위원장이 지난 2월 직접 고발 방침을 밝혔던 현대모비스의 ‘부품 밀어내기’ 의혹과 관련, 법인ㆍ임원 모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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