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한국 남성, 베트남 여성 선호” … 야당 “여성이 상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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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한국 남자들이 베트남 여성과의 결혼을 선호한다”는 발언에 야 4당이 일제히 ‘여성 비하 발언’이라며 사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의 발언은 이 대표가 3일 찐딘중 베트남 경제부총리와 국회에서 만났을 때 나왔다. 두 사람은 양국의 교류협력을 논의하면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눴다.

이 대표, 베트남 부총리 만나 발언 #야당 “다문화 가정 모욕 사과하라” #민주당 “말꼬리잡기 비판일 뿐”

▶찐딘중 부총리=“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 베트남과 다른 나라 관계에서 보면 한국과의 관계는 아주 특별한 관계라 볼 수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한국 사람들은 베트남의 쌀국수를 아주 좋아한다. 저도 여의도에 쌀국숫집이 있는데 거기 가려면 줄을 서야 한다. 한국 사람 중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을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을 아주 선호하는 편이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진 후 4일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뿐 아니라 민주평화당·정의당 등도 일제히 논평을 내 이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국당 송희경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여성 비하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이 달라진 게 전혀 없다”며 “이 대표의 발언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모욕과 비하를 넘어 여성에 대해 몰이해와 차별의 정서에서 나온 발언이다. 이쯤 되면 집권여당의 ‘여성 비하’ ‘성희롱’ 발언은 실수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도 “여성이 ‘상품’이자 ‘기호’의 대상이라 생각하는 집권여당 대표라는 분의 시대착오적인 저질 발언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이 대표의 정신 나간 망발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평화당 김정현 대변인도 “이 대표의 발언은 다문화 시대에 대한 몰이해를 여지없이 보여준 것으로 매우 부적절했다”고 비판했다.

야당 공세가 이어지자 민주당 현근택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 “야당의 말꼬리잡기식 비판이 너무 과하다”며 반박에 나섰다. 현 부대변인은 “찐딘중 부총리는 어제 접견 자리에서 ‘많은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자와 결혼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말했다”며 “이 대표 발언은 이 발언에 동감한다는 취지에서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9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제명 처분에 대해 “안 전 지사에 대해서는 재판과 관계없이 불륜행위 자체가 공직자로서는 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제명처분을 한 것”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미투 운동이 촉발한 ‘성폭력’ 논란을 단순히 불륜 행위로 단정했다는 이유에서다.

김경희·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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