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조각가 '꿈의 무대' 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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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7일 저녁 프랑스 파리 근교에 위치한 신도시 라데팡스의 신 개선문(그랑드 아르슈) 광장. 7미터 크기의 거대한 조형물 7점이 석양에 반짝이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한불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로 이곳에 초대된 조각가 임동락(54.동아대 조소과 교수)씨의 작품들이다.

임 교수는 신 개선문 꼭대기 층인 35층 동편 실내 전시장에서도 조각과 작품 사진 35점을 9월 4일까지 전시한다. 대여조건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그랑드 아르슈에서 3개월 동안 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임 교수의 이번 전시회는 개인 뿐 아니라 한국 조각계에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랑드 아르슈 주변 라데팡스 광장은 칼더.미로.세자르 등 세계적인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권위있는 전시공간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조각가들이 입성을 꿈꾸는 이 공간에 임 교수 작품 한 점이 전시회가 끝난 뒤에도 영구히 설치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아시아 작가로는 일본 조각가 미야와키에 이어 두번째다.

인간의 등뼈를 연상시키는 '점-원형질'이나 '점-인간-공간' 등 임 교수의 작품은 프랙탈(Fractal) 이론을 조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랙탈이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되는 구조를 말한다.

"대형 작품들을 한국에서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면서 겪은 어려움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는 임 교수는 "이번 전시가 젊은 후배들이 세계 속에 발을 내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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