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너무 많은 것 양보···트럼프가 무역전쟁 이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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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업무 만찬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에서 두번째)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업무 만찬을 가졌다. [AP=연합뉴스]

“세계화 시대에 ‘양보’ 없이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 승리를 거두는 국가는 없다.” (중국 관영지 환구시보)
“중국이 (미국에) 양보할 사항을 줄줄이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FT 전문가, "중국이 많은 부분 양보" #지재권 등 기피해 온 논의 시작해야 #중국 관영지, "양보 없이 승리 없다" #트럼프, 강경파 라이트하이저 기용

미중 정상회담이 중국의 양보, 미국의 압승으로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대중 강경 노선에 가속 페달을 밟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칼럼을 통해 “미국은 중국산 물품에 당초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90일 유예하는 것 외에 양보한 것이 전혀 없다”고 분석했다. 무역전쟁 휴전협정에서 미국이 명백하게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반면 중국은 많은 것을 내줬다. 일단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을 대거 수입한다. 게다가 그동안 논의를 꺼려 온 민감 사안을 무더기로 협상 테이블에 올려야 한다. 미국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중국으로의 강제 기술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환경법 등 각종 비관세장벽 ▶해킹을 비롯한 사이버 침입ㆍ절도 ▶서비스업 및 농업 개방 등이다.

90일짜리 시한폭탄을 받아든 중국은 험난한 길을 헤쳐갈 전망이다. FT는 “중국이 미국에 준 양보안을 모두 수용할 경우 체제의 근본을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 평가했다. “시진핑이 이런 광범위한 변화를 감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년 2월 말 무역전쟁이 재개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미중 정상회담 성과를 긍정적으로 포장하는 것도 중국이 수세에 몰렸다는 반증이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이날 “양국 정상 중 한쪽이 양보를 하거나 우세를 점한 것이 아니다”면서 “중국이 굴욕스러운 강화조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 양보를 했단 지적을 예상한 듯한 논평도 내놨다. 환구시보는 “양보라는 단어가 중국에서 굉장히 민감하게 여겨지지만 양보 없이 승리하는 국가는 없다”면서“현실적 조건에서 최선을 택하는 게 가장 우선”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변화에 미온적이던 중국의 태도 전환을 반기고 있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래리 커들로 위원장은 “(중국이) 이전에 쓰지 않았던 ‘즉시(immediately)’라는 표현을 쓰며 약속했다”면서 “자동차, 농업, 에너지 등의 분야가 (합의에)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도 “중국이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이슈에 대해 대응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승기를 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더 밀어붙일 기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협상을 대중 강경파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게 일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실무 회담을 주도한 므누신 장관은 라이트하이저에 비해 상대적으로 온건한 협상파로 분류된다. WSJ는 “므누신 장관에 몇 달간 공을 들인 중국이 협상단 대표 교체 소식에 크게 놀랐다”고 전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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