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5·29평형 평당 분양가 700만원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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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결혼 3년째인 홍윤주(32.여.회사원)씨는 요즘 하루가 다르게 뛰는 아파트 분양가에 내집 마련 꿈이 무너지는 것 같아 불안하기 짝이 없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남편과 자신의 월급을 모아서는 언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할 수 있을 지 기약이 없겠기 때문이다.

그녀는 "내집마련을 거의 포기했다"며 "로또복권이 당첨되거나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기 등을 하지 않는 이상 내집마련은 가망없는 것 같다"고 허탈해 했다.

분양가 얼마나 되나=25일부터 분양되는 대구시 수성구 황금주공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분은 평당 최저 6백16만원(20평형), 최고 8백39만원(62평형)이다.

20.25.29평형 등 20평형대가 6백16만~6백80만원, 32평형이 평균 6백94만원으로 전용면적 25.7평 이하 아파트가 평당 7백만원 가까이 된다.

지난 19일 분양된 범어네거리의 유림노르웨이 숲은 34평형이 평당 6백50만원, 44평형이 7백50만원이었다. 1백1평형은 평당 9백98만원이었다.

이마저 수성구청이 지나치게 높다며 평당 40만원씩 낮추도록 권고해 결정된 분양가다.

포스코건설의 달서구 진천동 더샾은 33평형이 평당 4백50만~5백30만원, 44평형이 4백85만~5백34만원으로 약간 낮은 수준이다.

얼마나 올랐나=건교부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올들어 대구의 아파트 분양가는 수도권과 전국 6대 광역시 가운데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를 기준, 지난해 연간 평균가격과 비교할 때 대구는 평당 20.1%가 상승해 서울 19.7%, 인천 16.5%, 대전 19.9%, 울산 9.0%, 부산 3.5%보다 상승률이 높았다.

대구의 상승률은 경제 규모가 큰 부산의 6배나 되고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기대감으로 투자열풍이 불었던 대전보다 높아 부동산 경기가 극도로 과열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또 대구의 경우 1998년 대비 올 상반기 분양가가 61.8%나 상승했다. 이는 광역시중 인천 91.8%, 서울 80%에 이은 세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대책은 없나=아파트 건설원가를 공개하거나 분양가를 다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분양가가 주변시세나 원가기준보다 지나치게 높으면 이를 조정하도록 지자체가 업체에 권고하거나 강제인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양가 급등지역을 조기에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거나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 등을 통해 분양가 상승을 막아야 지적도 일고 있다.

대구대 임재만(39.도시과학부)교수는 "분양가의 적정성을 검토, 인하하도록 하거나 소형 평형에 대해 토지취득비와 건설원가에 따라 분양가를 정하는 분양가 연동제 도입 등이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선윤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 왜 오르나=아파트 분양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것은 정부가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고 1999년 1월부터 분양가를 자율화했기 때문. 분양가 자율화로 업체들은 내부마감재 고급화, 땅값 및 주변시세 상승 등을 이유로 분양가를 앞다퉈 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분양가 상승은 주변 시세를 올리고 다시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어 서민들의 내집마련 꿈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투기세력에 의한 가수요도 분양가에 수천만원씩의 프리미엄을 붙게해 분양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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