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의사들이 '레고 블록'을 직접 먹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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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 참가한 한 의사 중 한 명. 연구팀은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Damian Roland 유튜브 영상 캡처]

실험에 참가한 한 의사 중 한 명. 연구팀은 연구 내용을 설명하는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공개했다. [Damian Roland 유튜브 영상 캡처]

호주와 영국의 소아과 의사들이 레고 블록을 직접 삼킨 뒤 대변에 섞여 배출되는 과정을 관찰하는 '인체실험'을 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최근 호주와 영국의 의사 6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 같은 실험 결과를 '소아과와 어린이 건강(Paediatrics and Child Health)' 저널 11월 22일 자 성탄절 특별 호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가로 1cm, 세로 1.3cm 크기의 레고 피규어 머리 부분을 각자 물과 함께 삼킨 뒤 이 블록이 몸 밖으로 배출되는 시간을 측정했다.

시간 측정에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계량적 분석 체계(metrics)를 이용했고, 대변의 밀도와 배변 횟수 등의 관계를 함께 확인했다.

그 결과 이번 연구에 참여한 6명의 의사 가운데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대변에서 레고 블록이 나왔다.

대변에서 레고 블록이 확인되기까지 짧게는 '1.1일', 길게는 '3일'까지 평균 '1.7일'이 걸렸고, 대변 횟수로 따지면 평균 두 번째 배변에서 레고 블록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레고를 삼켰어도 대변의 묽은 정도와 배변 횟수에는 변화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장이 미성숙한 어린이의 경우 물체가 더 빨리 대변으로 나올 수 있다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평소 아이들이 레고 블록과 같은 이물질을 삼켜 응급실에 오는 부모들의 우려에 답하기 위해 이런 실험을 하게 됐다"며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한 해 어린이 약 10만명이 이물질을 삼키며 이 가운데 80%는 생후 6개월에서 3세 아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삼키는 건 동전으로 그다음으로는 장난감 부품이 꼽혔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동전의 경우 몸 밖으로 배출되는 평균 시간은 3.1~5.8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실험에 참여한 의사들 가운데 통증을 느끼는 등의 문제가 일어나진 않았지만, 집에서 이런 실험을 따라 해서는절대 안 된다고 경고했다.

또 실험에 사용된 크기의 블록보다 큰 가로 5cm, 세로2.5cm 이상의 날카로운 물체나 예를 들어 자석, 동전, 배터리 등을 삼켰을 때는 반드시 의학적인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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