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찍히면 끝! 용서받지 못한 돌체앤가바나

중앙일보

입력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돌체앤가바나(D&G)가 온 중국인의 비난을 받으며 시장 퇴출 위기에 놓였다.

"중국과 중국문화를 모욕" 온 중국인 분노 #뒤늦은 사과, 중국 시장 퇴출 위기 놓여

“중국과 중국 문화를 모욕했다”는 이유다. 한 네티즌이 D&G 디자이너가 중국을 비하하는 말을 했다고 폭로했고, 중국 스타들은 이날 밤 예정돼 있었던 상하이 D&G 패션쇼 불참을 줄줄이 선언했다. 결국 행사는 전면 취소됐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D&G측은 해당 디자이너의 계정이 해킹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네티즌들은 “중국 땅을 영원히 떠나라”, "D&G(Dolce&Gabanna)는 Dead&Gone의 줄임말"이라며 D&G에 반감을 표했고, 중국 스타 디리러바(迪丽热巴)와 왕쥔카이(王俊凯)는 모델 계약 해지를 선언했다. 이후 유명 온라인쇼핑몰에서 D&G 제품이 사라지는 등 사건은 불매운동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리러바 [사진 ettoday.net]

디리러바 [사진 ettoday.net]

중국인 모욕 발언 못 참아, 스타 돌체앤가바나 패션쇼 보이콧 줄이어

발단은 돌체앤가바나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홍보영상에서 비롯됐다. 아시아계 여성이 나무 젓가락을 사용해 피자, 바게트빵 등 각종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모습이 담겨있는 이 영상은 업로드 이후 수많은 중국 네티즌의 반감을 샀다.

너무 '때지난' 촌스러운 스타일로 중국과 중국문화를 형상화했고, 모델의 과장된 표정과 우스꽝스러운 행동 역시 중국 전통 문화를 무시하고 차별하는 행태라는 것.

[사진 D&G 인스타그램 캡쳐]

[사진 D&G 인스타그램 캡쳐]

D&G는 공식웨이보에서 해당 영상을 즉각 삭제했지만, 인스타그램에는 그대로 남겨뒀고 중국 네티즌들은 인스타그램으로 달려가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브랜드 전면 보이콧으로 일이 커진 것은 한 네티즌이 폭로한 인스타그램 대화 내용 때문이었다.

11월 21일,  한 네티즌은 자신과 D&G 디자이너 겸 창립자(스테파노 가바나)가 인스타그램에서 나눈 대화 내용을 폭로했다. "D&G의 홍보 영상에 중국을 비하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지만, 가바나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중국을 모욕했다"는 것이 대강의 내용이었다.

중국 네티즌이 폭로한 발언 가운데 중국을 비하한 내용 [사진 웨이보]

중국 네티즌이 폭로한 발언 가운데 중국을 비하한 내용 [사진 웨이보]

이 폭로글의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 중국을 '무지하고 냄새나는 마피아'라고 칭하고, 'Dong' 모양의 이모티콘을 사용하는 등의 대화 내용이 중국인들의 분노를 촉발한 것이다.

#돌채앤가바나# 가 이날 웨이보와 위챗 등 SNS를 뜨겁게 달궜다. 중국 스타들은 D&G 상하이 패션쇼에 불참을 선언하기 시작했다. 리빙빙(李冰冰), 황샤오밍(黄晓明), 천쿤(陈坤) 등 패션쇼 보이콧 의사를 밝히는 스타들이 줄줄이 나왔다. 보이콧 스타 명단에는 D&G 중국 전속 모델인 왕쥔카이(王俊凯)와 디리러바(迪丽热巴)도 포함됐다.

중국 스타들의 웨이보나 워크숍(工作室) 웨이보 공식계정에는 "조국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祖国高于一切)" "사랑해, 중국(爱你, 我们最好的中国)" 등의 의미심장한 멘션이 올라왔고, 중국 네티즌들은 '좋아요'로 화답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D&G 전속 모델 계약 해지를 선언한 디리러바와 왕쥔카이 [사진 웨이보]

이번 사건을 계기로 D&G 전속 모델 계약 해지를 선언한 디리러바와 왕쥔카이 [사진 웨이보]

왕쥔카이 워크숍 공식웨이보에 올라온 글 [사진 왕쥔카이 워크숍 공식 웨이보]

왕쥔카이 워크숍 공식웨이보에 올라온 글 [사진 왕쥔카이 워크숍 공식 웨이보]

계정 해킹됐다는 해명 못 믿어!모델 계약 해지, 쇼핑몰서도 판매 중단

상황이 악화되자, 스테파노 가바나는 즉각 해명글을 올렸다. "D&G 디자이너의 인스타그램 계정이 해킹됐고, 중국에 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것은 '진짜 본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그의 해명을 신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비겁한 변명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D&G 중국 스타 모델 디리러바와 왕쥔카이는 계약을 전면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디리러바의 경우 브랜드 전속 모델 계약을 체결한 지 몇 개월밖에 되지 않은 상황으로, 위약금을 감수하고 이같은 결정을 했다. 중국에서 이번 D&G 사태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스테파노 가바나 인스타그램 해명글(좌)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셔터스톡]

스테파노 가바나 인스타그램 해명글(좌) [사진 인스타그램 캡쳐, 셔터스톡]

이번에 Dolce&Gabanna는 중국에서 Dead&Gone이 되어버렸다

Dolce&Gabanna,1985년에 태어나 2018년 중국에서 생을 마감하다.

이후 D&G를 보이콧하는 멘션들이 중국 SNS를 도배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D&G 브랜드명을 패러디한 문구를 올리며 반감을 강력하게 표시하고 있다. 티몰(톈마오), 징둥(JD닷컴) 등 중국 주요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D&G의 제품을 내리기(판매중단) 시작했다. D&G 불매운동에 관한 여론이 확산하며 홍콩 명품 편집샵 외 기타 쇼핑몰에서도 D&G의 제품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사건 발생 이틀 후인 11월 23일, D&G는 공식 웨이보에 사과 영상을 올렸다. 공동창립자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는 중국어로 "미안하다"고 말하며, 전 세계 모든 중국인들에게 깊은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은 듯 하다. 중국 언론매체와 네티즌들은 “해명(내가 아니다)->유감 표명(불행한 일이다)->사과(미안하다)”로 이어진 D&G의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돌체앤가바나의 사과 영상 [사진 웨이보 캡쳐]

돌체앤가바나의 사과 영상 [사진 웨이보 캡쳐]

사실, D&G가 중국에서 이같은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7년, D&G는 중국 베이징의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한 사진을 시리즈로 게재했다. 이때 역시 베이징 시민의 이미지를 우스꽝스럽게 형상화했다는 중국인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D&G 공식 홈페이지와 웨이보에서 해당 사진이 삭제 조치 됐다. (중국 제외 다른 국가 SNS에서는 삭제되지 않음)

홍보 영상과 사진에 담긴 중국인의 이미지는 서양인의 아시아 국가에 대한 편견과 이해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고정관념이 개입됐지만) 시각에 따라서는 "현지의 문화적 특색을 담기 위한 노력했으나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폭로된 대화 내용에는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과 모욕적인 언사가 담겼다. D&G는 재차 공식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지만, (계정 해킹 진위를 기술적으로 증명하지 않는 이상) 중국 소비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이미 늦은듯 하다.

차이나랩  홍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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