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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1500조 가계빚 폭탄에 금리 올렸다...1.75%로 인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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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에 앞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기준금리가 연 1.75%로 올랐다.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의 인상 #경기보다 금융 불균형 해소 방점 #조동철ㆍ신인석 위원 동결 주장 #“경기 둔화 가속화할 수도” 우려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1월30일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올린 뒤 1년만이다.

 경기 둔화 우려 속에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것은 심화하는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고 금융 안정 리스크가 커지며 완화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어 금리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으로 초저금리(연 1.25%)에서는 벗어났다. 그럼에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쏠리고 가계 빚은 급증했다.

 전방위 부동산과 대출 규제로 가계 빚 급증세는 잡혔지만 그 규모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원을 돌파했다.

 가계 소득보다 빠르게 늘어나는 빚도 금융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3분기 기준 가계 빚이 1년 전보다 6.7% 증가한 반면, 통계청이 집계한 가구당 월평균 소득 증가율은 4.6%에 그쳤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융불균형을 해소하고 시중에 흘러넘치는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한은의 선택을 재촉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8~19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미국의 정책금리는 연 2.25~2.5%가 된다.

 정책금리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면 자금유출을 자극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컸던 만큼 이번 금리 인상으로 우선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기가 나빠진 상황에서 금리를 올린데 대해 경기 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이날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과 관련해 조동철ㆍ신인석 금통위원은 금리 동결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을 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중앙은행은 경제 주체들이 어려울 때 치어리더 역할을 해줘야 한다. 경기 상황이 나았던 상반기에 올렸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경기 상황이 나쁠 때 올리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당분간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에 영향을 받겠지만 내년에 추가로 금리를 올리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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