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구 6만, 관광객은 430만 … 우주선 날자 고흥이 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전남 고흥군 동일면 국립청소년우주센터를 지난 15일 찾은 어린이들이 체험 시설 중 하나인 ‘문워크’를 해보고 있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로 작은 달에서 이동하는 상황을 느껴보는 시설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고흥군 동일면 국립청소년우주센터를 지난 15일 찾은 어린이들이 체험 시설 중 하나인 ‘문워크’를 해보고 있다. 중력이 지구의 6분의 1로 작은 달에서 이동하는 상황을 느껴보는 시설이다. [프리랜서 장정필]

누리호 시험발사체 발사로 주목받는 전남 고흥.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외지인에게는 낯선 곳이었다. 당시 중앙 부처 공무원 가운데도 고흥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도 많았다. 고흥군청 관계자가 정부 부처를 방문하면 “어디에서 오셨다고요?”라고 되묻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보성과 순천 사이에 낀 고흥은 그저 청정 바다와 노란 유자로만 알려진 남도의 작은 고장이었다.

고령화로 소멸 위기 맞은 시골마을 #나로호 성공 후 ‘우주 1번지’ 브랜드 #가족여행 늘고 수학여행지로 각광 #지역내총생산도 10년 새 3401억↑ #로켓센터 조성으로 제2 도약 꿈꿔

노인들이 주로 모여 살던 한적한 고흥의 모습이 점차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09년 6월이다. 고흥에서도 남동쪽 끝자락에 위치한 외나로도에 나로우주센터가 조성된 때다. 2013년 1월 30일 한국 첫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1) 발사 성공과 함께 고흥의 변화 속도도 빨라졌다. 현재 고흥에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을 비롯해 고흥우주천문과학관, 고흥우주발사전망대, 국립청소년우주센터 등 우주 관련 교육·체험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 우주의 원리부터 로켓 등을 보고 듣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다. 10여년 간 국비 3314억원이 투입된 나로우주센터가 문을 연 지 채 10년이 되지 않았지만, 고흥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 관광지라곤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뿐이던 고흥은 이제 떠오르는 관광 지역이 됐다. 나로우주센터 조성 이후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크게 몰리고 있다. 단체 관광객을 실은 전세버스도 꾸준히 찾아온다. 2015년 275만9372명, 2016년 352만3718명에 이어 지난해 429만8936명의 관광객이 고흥을 찾았다. 고흥의 인구는 6만5959명(2018년 10월 현재)이다. 인구의 약 65배나 되는 관광객이 고흥에 왔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린 누리호 시험발사체. [중앙포토]

나로우주센터에서 쏘아올린 누리호 시험발사체. [중앙포토]

‘우주항공 중심도시’를 꿈꾸는 고흥은 특히 수학여행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에만 2만5000여 명의 초·중·고교생이 체험 활동과 수학여행을 위해 고흥을 방문했다. 학생들은 고흥에서 머무르며 우주에 대한 꿈을 키우고 돌아간다. 고흥분청문화박물관 등 주변 관광지와 음식점 등도 조금씩 수학여행 효과를 누리고 있다. 나로우주센터 인근 식당 관계자는 “나로우주센터가 들어선 뒤 봄부터 가을까지 단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흥군은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확장도 계획하고 있다. 로켓 발사체를 전시하고 무중력 체험 시설을 만드는 등 콘텐트를 강화해 지속적인 수학여행 명소로 만든다는 게 목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협의해 보안에 문제가 없는 수준에서 나로우주센터를 관광객들이 보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고흥은 이제 두번째 도약을 꿈꾸고 있다. 유·무인기를 비행 시험하는 국가종합비행성능시험장을 구축해 우주항공 도시를 완성할 계획이다. 총 564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길이 1200m, 폭 45m 규모의 활주로를 만들고 비행시험통제센터를 짓는 게 골자다. 공사는 다음달 착공한다. 고흥에서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과학로켓센터를 조성하는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고흥군 고흥읍에 360억원의 예산을 들여 로켓 관련 각종 시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인구의 급격한 고령화로 소멸 위기까지 놓였던 고흥은 우주항공 도시라는 브랜드를 앞세워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유동 인구 증가까지 기대하고 있다. 매년 고흥에서 열리는 우주항공축제의 경제적 효과만 해마다 50억원에서 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고흥군은 분석했다. 비행시험장이 들어서면 유동인구가 한해 30억원 이상 소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흥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2006년 9146억여원에서 2016년 1조2547억여원으로 뛰었다.

고흥군 정성운 우주항공팀장은 “비행시험장 완공 후 항공 및 드론 분야 산업체까지 유입된다면 우주항공 도시의 면모를 더욱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흥=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