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대응"고위차원서 결정된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협상·농성 장 주변 이모저모>
지하철 파업을 막기 위해 이루어진 15일 고 건 서울시장과 노조간의 4시간40분간 「최종대화」는 끝내 결렬됐다.

<협상>
○…15일 오전11시5분부터 시작된 막바지 협상
은 양측대표들이 점심을 거르며 4시간 40분 동안 강행군.
이날 양측은 이미 강경 방침을 사전에 굳힌 뒤 「협상에 임했다」 는 대외적 인 전사용으로 서로 이용한 듯한 인상.
이날 협상 장에는 노조 측 D명, 서울시 8경이 참석했으나 이야기는 고 건 서울시장과 정 윤광 노조위원장의 1대1 대담 식으로 진행되었다고 관계자가 전언.
서울시 측은 『별도로 합의각서 3개항에 대한 시 강 명의의 서한을 발송할 용의가 있다』 고 밝혔으나 노조 측이 노조원에 대한 고발취하, 배 일 도전노조위원장의 석방 등 요구조건 5개항의 일괄 타결 안에 시장의 서명을 요구하는 바탕에 협상은 문턱에서 좌초.
○…서울시 측은 이틀 전부터 비상수송대책을 세우고 각 신문·방송을 통해 홍보하는 등 세부적인 절차를 치밀히 밟은 것으로 보아 서울시보다 더 높은 차원에서「지하철노조의 더 이상 무리한 요구는 수용하지 말자」 는 대체적인 합의가 이미 돼있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관측들.
○…이날 협상이 채 끝나기도 전인 오후3시부터 서울시와 지하철노조는 이미 결렬을 예상하고 「이제 서로 각자 갈 길을 가야한다」는 분위기 속에서 파업에 대비한 마무리 점검에 부산.
노조 측은 오후3시 노조사무실의 옥외스피커를 통해 파업 때 행동수칙을 반복방송하고 비상식량으로 빵 2트럭분과 연탄 1천장, 화염병 제작용 빈 병 등을 군자 차량 기지 내로 진입.

<농성장>
○…농성근로자들과 경찰은 이날 각각 「실전불사」태세로 맞서 큰 충돌이 우려됐으나 경찰의 진압작전은 순식간에 간단히 종료.
노조원들은 정문 진입로에 전동차바퀴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치고 석유를 뿌리는 등 완강히 반항할 태세였으나 경찰이 최루탄을 집중적으로 퍼부으며 작전에 들어가자 최루탄에 익숙지 않은 근로자들은 혼비백산, 준비한 화염병을 몇 개 던져보지도 못하고 해산.
○…경찰 진압작전은 금 우현 서울시경국장· 간 기호 시경3부장 등 시경 고위간부들이 새벽부터 현장에 나가 진두지휘
경찰은 농성근로자들이 쇠파이프· 각목·화염병 등을 준비하고 철조망에 고압전류를 흘려보내고 있다는 경고에 한때 긴장하기도 했으나 다 연발 최루탄 수백 발에 농성근로자들이 뿔뿔이 흩어져 순식간에 진압작전이 완료되자 『역시 대학생들과는 달리 최루탄 맛을 덜 본 모양』 이라고 다행스런 표정.
○…정윤광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측은 16일 새벽 경찰의 강경 진압 방침이 정해지자 구속을 각오한 듯 이날 오후 한양대·명동성당에서 있을 2차 시위농성을 위해 임시 집행부를 긴급 구성하는 등 치밀한 준비.
노조집행부 측은 이에 따라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4시쯤 새 임시집행부와 농성여자근로자 2백여 명을 중량천변 등을 통해 빠져나가게 했다.
정 위원장은 함께 피신할 것을 권유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도 남아있어야 된다고 설명.

<김춘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