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음치불가] SG워너비 김진호 묵직한 흉성에다 온몸 울리는 공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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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가슴의 공명점을 통해 두꺼운 소리를 뽑아내는 흉성은 소리가 풍부하다. 반면 머리를 공명시켜 얻는 두성은 경쾌하고 밝으며 아름답다. 고음역의 여성 목소리가 두성에 가까운 것이라면 흉성적 저음은 아저씨의 목소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흉성과 두성이 어울릴 때 소리의 조화가 극대화된다.

국내 가요계에 미디엄 템포 발라드를 유행시킨 SG워너비의 김진호는 흉성의 매력을 십분 들려주는 가수다. 거기에 두성까지 적시 적소에 구사해 강하면서도 잘 뻗어나가는 소리를 만든다. 바이브나 임재범의 영향도 느껴지지만 그럼에도 그들과 다른 독자적인 개성이 있다. 김진호처럼 파워 넘치는 발성을 들려주는 예를 찾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흉성의 묵직한 깊이로 무척 높은 고음역까지 무리 없이 소화한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20세의 어린 나이에 이만큼의 표현력과 극적인 감정연출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놀랍다.

김진호는 굵은 음성과 파워가 돋보이는 보컬을 구사한다. 전형적인 흉성임에도 굵은 음성의 창법에서 복식호흡을 통한 배를 사용하는 기술이 압권이다. 엄청난 파워와 에너지, 지칠 줄 모르는 정열은 기존의 노래 고수들마저 놀라게 할 정도다. 더욱 돋보이는 것은 단지 아래로 내려가는 듯한 무겁고 파워풀한 흉성 수준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소리를 당겨서 띄우는 능력까지 완벽하게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음역으로 올라갈 때의 엄청난 바이브레이션 구사는 온몸이 악기가 되어 공명하듯 폭발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김진호가 노래하는 모습을 보면 뛰어난 가창력에도 몇 가지 점에서 걱정이 앞선다. 먼저 목에 힘을 너무 많이 준다. 장시간 노래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얘기다. 또 흉성을 통해 장대하고 풍부한 소리를 구사하려다 보니 노래할 때 공기를 목으로 강력하게 휘몰아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짧은 순간 한꺼번에 많은 호흡을 과도하게 쓰게 되므로 성대가 말라 치명적인 상처를 안겨줄 수 있다. 마치 노래로 곡예를 하듯 시원스럽고 박진감 넘치는 소리를 구사하고 있음에도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김진호의 컨디션을 보장할 수 없다.

엄청난 근육질의 소유자는 짧은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를 쏟아낼 수 있는 반면 그만큼 빨리 지치는 법이다. 김진호의 노래에선 운동을 과도하게 해 근육이 놀라울 정도로 커진 근육맨이 연상된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소리가 그의 매력인 동시에 향후 개선해야 할 과제가 되어버린 셈이다.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 '핫뮤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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