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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ㆍ카드사, 왜 게임ㆍ강아지 사업에 손 뻗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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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선캡 모자 아소비진

강아지 선캡 모자 아소비진

#신한은행은 29일 모바일 게임 강자 넷마블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양사 고객 확보와 기술 및 상품 제휴를 활발히 시행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이번 협약을 통해 게임 업체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이용자 패턴 분석 등 인공지능 분야 및 블록체인 등 분야에 대한 기술ㆍ상품 제휴를 추진하는 한편 모바일 통합 금융플랫폼 쏠(SOL)의 30~40대 남성 고객층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28일 애경산업과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반려동물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키로 했다. 수의사 일대일 무료 상담, 상담 챗봇, 반려동물 전용 음악, 모바일 게임 등의 기능을 갖춘 반려동물 커뮤니티 어플리케이션 '아지냥이'를 운영하는 삼성카드는 애경산업의 펫 케어 브랜드 '휘슬'과 아지냥이를 연계해 다양한 반려동물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애경산업과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에서 반려동물 관련 제품 개발 및 올바른 반려문화 형성을 위한 캠페인 전개 등에 관한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삼성카드 원기찬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애경산업 이윤규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카드]

삼성카드는 애경산업과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에서 반려동물 관련 제품 개발 및 올바른 반려문화 형성을 위한 캠페인 전개 등에 관한 업무 제휴를 체결했다. 삼성카드 원기찬 대표이사(사진 오른쪽)와 애경산업 이윤규 대표이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삼성카드]

최근 금융권의 영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업종과의 제휴를 통해 출구를 모색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업권을 막론하고 목격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각종 간편결제 사업자의 등장 등으로 업무 영역을 계속해서 위협받는 카드사들이 대표적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는 세탁물 정기 배송업체 '위클리셔츠', 공유 숙박 업체 '에어비앤비' 등과 일찌감치 업무 제휴를 맺었다. 위클리셔츠 이용 고객에게는 신한FAN을 통한 결제 할인을 제공하고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는 지원 금융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현대카드는 지역 음식점과 소규모 맛집들을 직접 공략하기로 했다. 기존의 획일화됐던 대형 외식 제휴 서비스에서 벗어나 서울, 부산 등에 기반을 둔 유명 소규모 맛집 600여곳에서 20%의 M포인트 혜택을 제공한다. 우리카드는 유통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업무 범위를 넓혔다. 최근엔 카드 사용 때마다 롯데그룹 엘포인트(L point)가 적립되도록 설계한 '카드의정석 엘포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전통적 영업 방식에 위협을 받는 은행권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포착된다. 29일 넷마블과 전략적 제휴를 맺은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국내 생활용품점 1위 사업자인 아성다이소와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신한은행과 아성다이소는 멤버십 포인트 교환, 특화 카드 출시, 계좌기반 다이소-SOL(쏠) Pay 출시 등 실질적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신한은행은 이를 통해 전국 1200개 매장에 걸친 570만명의 다이소 멤버십 고객들과의 접점을 만들 수 있게 됐다.

IBK기업은행은 인터넷 기반 업체들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출구를 찾는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 소셜커머스 티몬 내 제1호 온라인 지점을 개설한 뒤 9월엔 생활 금융 플랫폼 카카오페이에 제2호 온라인 지점을 개설한 바 있다. 매일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티몬 이용고객들과 금융을 간편하게 소비하려는 카카오페이 이용고객들을 상대로 '직접 찾아가는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것이 IBK기업은행의 전략이다.

최고금리 인하에 더해 DSR 도입 등으로 규제 몸살을 앓는 저축은행도 여타 업종과의 제휴로 살길을 모색 중이다. 웰컴저축은행은 지난달 SK플래닛과 제휴하고 고객들이 '웰컴잔돈모아올림적금' 상품 가입 및 납부 때 OK캐시백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런 결정엔 3500만 OK캐시백 이용고객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합종연횡 전략은 해외진출 전략과 더불어 앞으로 점점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본업에서의 수익성이 안 나오면서 금융사들이 전통적 금융업과는 전혀 별개로 보이는 이종산업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며 "최근엔 금융업권 별 장벽까지 많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같은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영업 환경도 따라 바뀌는 만큼 금융당국이 이러한 움직임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서 교수는 "카드사의 경우 금융감독원에서 부수 업무 인허가를 담당하는데 이때마다 본업과의 연관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따지면서 부수 업무의 다양성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앞으로 금융산업의 본업 수익성이 점차 악화할 것이란 점을 고려해서라도에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에 다양한 사업 진출 활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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