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아이들 잃은 '고려인'···김해의 온정이 쏟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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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저녁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 4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3세의 남매 발인식이 지난달 23일 오전 김해시내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지난달 20일 저녁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 4층 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목숨을 잃은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3세의 남매 발인식이 지난달 23일 오전 김해시내 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연합뉴스]

경남 김해 원룸 화재로 의식이 없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자녀 2명 상태가 호전되면서 귀국하려던 부모가 다시 김해에 정착하는 쪽으로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김해시와 생명나눔재단에 따르면 지난 10월20일 화재 당시 구조됐던 고려인 4세 A군(12)과 B군(12)이 최근 의식을 되찾고 부모와 대화를 나누고 식사를 조금씩 할 정도로 호전됐다. 둘 다 1차 피부 이식수술도 받았다.

아이들 부모는 아직 병원에서 치료에 집중하고 있지만, 지금처럼 계속 호전된다면 김해 등지에서 일자리를 잡아 정착하고 싶다는 의사를 재단 관계자 등에 피력했다. 이들은 애초 화재로 남매(4살, 14살)를 잃고 나머지 한 아이와 조카 한 명마저 위독한 상황에 빠지자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두 아이 병세가 호전되고 지역사회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져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측은 사고 초기 아이들 아버지가 일용직으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중소기업 한 곳에서 정식 채용을 하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 앞에서 시민이 슬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 앞에서 시민이 슬퍼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타까운 화재 소식을 접한 시민들과 학교, 교육청, 각종 단체 등의 성금 기부가 이어졌다. 현재 성금 총액은 158건에 약 2억5000만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경남교육청, 경남도, 김해시 등 기관에서 모금 운동에 나선 것은 물론 민간에서 김해를 근거지로 발족한 생명나눔재단이 앞장서 아이들 치료와 부모 주거 문제 해결 등에 적극 나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부모에게 임시로 임대주택을 제공했고, 대형마트에선 생활용품을 지원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병원비는 의료보험은 적용되나 화상 치료 등에선 자부담도 만만찮아 생명나눔재단은 내년 1월 말까지 모금을 계속할 예정이다.

생명나눔재단 관계자는 “각계 각층의 도움의 손길로 아이들이 치료를 원만히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면서 “앞으로 아이들이 완치될 때까지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며 그 이후에 부모들의 거취도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건물주를 상대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법률 지원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지난달 20일 이 원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이 시커멓게 그을려 있다. 지난달 20일 이 원룸 건물 1층 주차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 앞에 화재로 숨진 고려인 자녀 2명을 애도하는 국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오후 경남 김해시 서상동 한 원룸 앞에 화재로 숨진 고려인 자녀 2명을 애도하는 국화가 놓여있다. [연합뉴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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