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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수출증가율 30% → 5% 예상 … 경제버팀목 수출마저 내년이 불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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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새로 취임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위 공무원과 대기업 임원들이 모여 함께 식사했다. 이 자리에서 산업부는 기업인들에게 수출 실적을 적극적으로 높여 줄 것을 특별히 독려했다. 이보다 앞서 산업부 무역 담당 부서는 추석 연휴가 낀 9월의 수출 실적을 높이기 위해 몇 달 전부터 수출 상위 30개 업체에 전화를 걸어 수출 실적을 높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기술 투자, 미래 시장 개척 힘써야”

정부 부처가 간섭이라 여겨질 정도로 기업을 독려하는 건 우리 경제에서 그나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는 것이 수출이기 때문이다. 기업·가계 체감 경기와 고용·소득 관련 지표에 줄줄이 빨간불이 켜지는 상황에서도 수출만은 올해 사상 첫 6000억 달러 돌파가 예상되는 등 선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출마저 내년엔 성장세가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29일 ‘2018년 수출입 평가 및 2019년 전망’을 통해 내년 우리 수출이 3% 늘어나고, 수입은 3.7%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수출 역시 6000억 달러는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이 지난해 15.8%에서 올해 5.8%로 뚝 떨어진 데 이어 내년엔 3%에 불과할 것이란 전망이다.

반도체의 경우 가격 하락이 문제다. 당장 내년엔 단일품목 최초로 13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적인 가격 하락 때문에 수출 증가율은 올해 30%대에서 5%까지 내려앉을 것으로 무협은 내다봤다.

자동차와 철강, 디스플레이 등은 더 심각하다. 자동차의 경우 세단 수요 감소와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불안 등의 영향으로 내년 수출 실적이 이미 지난해 대비 0.9% 떨어진 올해보다 더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철강은 중국의 수출 증가로 인한 경쟁 심화와 미국 보호무역의 영향으로 수출이 7.4%나 감소할 것으로 무협은 분석했다.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은 “여러 가지 무역 장애 요인이 발생하고 있고 중국 업체 등의 압박도 심하지만 기술 개발에 꾸준히 투자하고 미얀마·스리랑카·인도네시아 같은 미래 시장에 한발 먼저 가서 기반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정민 기자 yunj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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