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1.08인구재앙막자] '스타 강사' 이범씨의 조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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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좋은 학원 좀 소개시켜 주세요. 다른 애들은 10개씩도 다니는데 전 5개밖에 안 다니거든요."

'이범, 공부에 반(反)하다'의 저자 이범(아래 사진)씨는 최근 상담한 중학 1년 학생의 얘기를 꺼냈다. 아직 중 1이지만 이 학생은 학원 외에는 다른 공부방법을 모른다. 단박에 학원 끊으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씨는 일단 학생이 좋아하는 영어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들어보도록 권했다. "인터넷 강의는 본인이 검색하고 선택하고 챙겨들어야 하기 때문에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하루 30분씩 꾸준히 들어가며 점차 양을 늘릴 것을 권했다. 모르는 것을 물어볼 때도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자기의 부족한 점을 자연스럽게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씨는 학원만 쫓아다니는 것이 자녀의 미래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특목고.의대.법대를 진학의 목표로 삼는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의대.치대.법대가 점차 전문대학원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남학생 기준으로 지금부터 의대 진학을 준비하면 의사가 되는 건 20년 후다. 이씨는 "그러나 학생이나 부모들은 20년 후 의사사회가 어찌 될지, 의료 시장 개방 후 우리 사회의 의사상이 어떨 건지에 대한 고민이 없다"고 지적한다. "그저 안정적으로 알려진 몇 개 안 되는 직업군을 상정하고 그중 하나에 내 자녀를 대입하고 있다는 인상"이라는 얘기다. 또한 직업 안정성이 낮아지고 있어 직장이 바뀔 수도, 직장에서 기대와는 다른 직무를 맡을 수도, 심지어 직업이 바뀔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학원 다닐 건가?"라고 그는 반문한다. 그는 사교육을 줄이고 자기주도적 아이로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권한다. 그는 "학습 지도하기 가장 힘든 아이는 무기력증에 걸린 아이"라며 "대부분 잘 사는 집 애들로 부모가 교육뿐 아니라 여러 영역에서 남부럽지 않게 채워줄 때 아이가 무기력증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학원 다니는 시간의 1.5배 이상은 자기 공부시간으로 확보하라"고 조언한다. '1.5배 시간'은 학교와 학원에서 쏟아지는 배움을 자기 것으로 소화할 최소한의 시간이다. 이씨는 "학부모들이 사교육 정보를 구하려 애쓸 게 아니라 자녀의 진로.적성 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가 얻을 수 있는 정보엔 한계가 있는 반면, 사교육계 전문가들은 자기가 가진 정보를 굴절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자녀에게 가능성이 있다. 조금만 신경 써 가르치면 외고도 갈 수 있겠다"같은 말에 넘어가 아이를 학원에 중독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오히려 "아이의 꿈을 구체화하면 그에 맞는 지원에 주력하면 되므로 부모는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선망하는 강남구 대치동엔 학원이 성업 중인 만큼 정신과도 많다. 고도로 학력만을 추구하다 노이로제.강박증세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 이범은=수능 과학탐구 과목의 유명 강사로 메가스터디 창립멤버다. 학원가에서 은퇴하고 현재는 교육방송(EBS)과 강남구청 수능방송에서 무료로 강의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송상훈 팀장, 정철근.김정수.김영훈.권근영 사회부문 기자, 염태정.김원배 경제부문 기자, 김은하 탐사기획부문 기자, 조용철 사진부문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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