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무더기 연루 교원인사 42명 청탁 폭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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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부감(현 교육부 차관), 서××교사, 강남 전입 요망', 박××(전 청와대 행정관), 이××씨, 과장.국장…'.

A4용지 두 장에 깨알같이 적힌 인사청탁 메모가 23일 국회 교육위원회의 서울시교육청 국감에서 폭로됐다.

초.중등 교원 인사를 담당하는 교원정책과 과장이 2001년 9월 인사 때 외부로부터 받은 인사청탁 사항을 청탁자.희망 근무지 또는 승진 등 청탁 내용별로 정리한 메모가 공개된 것이다.

한나라당 윤경식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교육부 차관.민주당 전문위원을 비롯해 전 서울시의회 의장.서울시교육위원회 의장.위원.국장 등 고위층이 초등 교원 42명의 전보.승진을 요청하는 등 인사청탁을 했다"고 주장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청탁 메모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도 지난 7월 동일한 인사청탁 메모를 입수하고 시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메모를 작성한 당시 河모 교원정책과장(현재 K교육청 교육장)이 인사청탁 대상자로부터 돈을 받았다 되돌려준 것으로 밝혀져 또다시 인사 비리 파문이 일 전망이다.

메모에 따르면 서범석 현 교육부 차관이 시교육청 부교육감에 재직할 당시 부산에서 근무 중이던 徐모 교사를 강남교육청 관내로 전입해 주도록 부탁한 것으로 돼 있다.

또한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지역교육청 과장(5급)과 학무국장을 시교육청 본청 과장(4급)과 지역교육청을 책임지는 교육장으로 각각 승진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 시교육청의 정책을 심의하는 서울시의회 의장이나 교육위원회 의장.위원들도 특정인에게 과장 자리를 주거나 국장으로 승진시켜 주도록 부탁했다. 42명 가운데 청와대 행정관이 승진을 요청한 두명은 모두 승진했다. 이들을 포함해 총 8명이 청탁 내용대로 인사이동한 것으로 시교육청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날 국정감사에 출석한 인사 청탁 관련자는 의원들의 질의가 끝나자 尹의원에게 "다음에는 선거를 치르지 않을 거냐"며 거세게 항의했다가 나중에 사과하기도 했다. 메모 작성자인 河교육장은 "인사를 검토해달라는 얘기를 들은 것은 사실이고, 메모는 그런 내용을 적어놓은 것일 뿐 인사는 원칙대로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누군가가 돈을 놓고 갔지만 즉시 은행 계좌로 되돌려줬다"고 덧붙였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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