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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계엄군 '성폭력·성폭행 정당화' 문건 공개…내용 보니

중앙일보

입력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전두환·노태우 정부 시절 보안사령부가 5·18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성폭력·성폭행을 정당화한 내용이 담긴 문건이 공개됐다. 여기에는 행불자인정자 가족회를 와해·해체하며 무력화를 시도했다는 사실도 포함됐다.

28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가 1988년과 1990년에 작성한 5·18 민주화운동 관련 문건 2건을 입수해 그 내용을 공개했다.

보안사는 1988년 2월 5·18 당시 육군 작전참모부장(이하 작참부장)을 인터뷰해 '대상자 접촉 보고' 문건을 작성했다.

이 서류에는 이른바 '상무충정작전'을 완성한 당시 작참부장이 "부마사태 전에는 여자들이 사진에 찍힐까 봐 나오지 않다가 이후에는 노골적으로 여학생들이 나타났다", "군인들이 이들에 대해 창피를 주기 위한 행위를 했을지 모르지만 강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있다.

이 작참부장은 또 "일부 비난의 소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지엽적인 사항이지 전체적으론 타당한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를 두고 "당시 군 수뇌부가 광주에서 벌어진 성폭력·성폭행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치부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안사의 610보안부대는 1990년 4월 작성한 '5·18 행불자인정자 가족회 해체 유도' 문건을 작성하기도 했다. 이 부대는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세월호 유가족을 사찰한 의혹을 받고 있는 기무사령부의 610기무부대의 전신이다.

문건에 따르면 보안사는 가족회가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가족회는 5·18 10주년 행사 한 달 전인 1990년 4월18일 해체됐다.

당시 보안사는 "가족회 중 강경단체에 대한 내분을 조성해 강·온단체가 통합하는 것을 차단하고자 했다"며 "야권·문제권의 정략적 이용에 대한 반박 필요성"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610보안부대가 610기무부대의 전신인 것처럼 세월호 유가족 사찰과 5·18 가족회에 대한 기무사와 보안사의 대응방식도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이 시행된 지 2달이 넘었지만 위원 구성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조속히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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